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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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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호기


BY 주인 2018-09-30


재수는 오랫만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말쑥한 차람으로 나타났다. 한손에는 선물 상자가 들려있다.
 
“누나 명절 잘 지냈지?”
 
“아제도 잘 지냈지요?”
 
“아니 잘 못 지냈지 나는...”
 
왜냐고 묻기도 전에 상자를 놓고 나가버린다. 한참 후에 돌아온 재수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세 여인과의 헤어짐, 딸과의 가슴 저미는 부정, 헤어진 전처와의 갈등 등 오랜 시간 또 나는 상담 아닌 상담역할을 해야만 했다.
 
“누나! 나는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누나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어. 왜냐고 물어봐 누나!”
 
“죽어서 다시 태어난 사람 있대요?”
 
“우이씨~~ 그냥 물어봐!”
 
“하하하~~그럼 그냥 말해요.”
 
그때 심각하게 3층 관리가 험상궂은 얼굴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도 없이 데면데면하다. 지난번 삼자대면 하겠다며 올라간 후로 그리된 것 같았다. 관리비 청구서를 내밀고 급히 나가는 관리를 불러 세운다.
 
“형 나한테 할 말이 남아있을 텐데?”
 
“얏 마! 그만 하자.”
 
진저리를 치면서 후다닥 올라가는 관리 뒤퉁수를 향해 중얼대듯 떠든다.
 
“너 같은 놈은 형도 아니고 선배도 아니야 개보다도 못한 놈... 앞으로 누나한테 뻘 짓하면 내가 가만 안 둬. 그리고 누나! 앞으로 그런 말 하면 분명한 성추행이니까 112에 신고해버려. 알았지?”
 
“관리가 무슨 말을 했기에...“
 
”언젠가는 누나를 자빠뜨리고 말거라고 참견 말라고 하잖어? 그래서 그날 3층에서 내가 굴려버린 거라니깐? 내가 누나 지켜 줄 보호자라고 말했지.“
 
”굴려? 그날 싸웠어요?“

”누나 몰랐어? 폴리스에 우리 둘 다 달려갔는데 몰랐단 말이지? 개새끼가 먼저 나를 날리더라고. 그래서 굴렸지.“
 
”뭐라고요? 그래서 다치지는 않았어요?“
 
”참 나 원! 누나가 겁먹고 가게 문 안 여는 줄 알았는데 누나 몰랐단 말? 그럼 왜 가게문을 안열었어?“
 
"눈 레이저 수술하느라고...."

세상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 하시던 친정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항상 술취해있는 그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각자의 생각은 자유니까 타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지지만 가만히 있는 유부녀를 향해 엉뚱 깡뚱한 생각을 하다니...
오늘은 재수의 기사도 정신을 높이 평가하게 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