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영문인지 며칠째 무슨 박스를 들고 열심히 우리가게를 지나쳐 왔다 갔다 한다. 방앗간 참새가 왜 안 들어올까? 궁금했지만 문을 열고 나가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모른척하며 며칠이 지나갔다.
“아이구~~ 누나! 팔 짜가 나이스네 그려. 노인네가 무슨 공부를 하는 거여 뭐여? 밖에 비 내리는 줄도 모르고 책만 붙들고 있으니...쯧쯧!”
재수의 목소리다. 밖에 내놓은 미끼상품 행거를 번쩍 들고 문을 밀고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았더니 윙크를 한다. 며칠 만에 들어온 재수를 보니 왠지 마음이 훈훈해졌다. 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기분이랄까? 뭐 그런 잔잔한 기분 좋은 감정이 내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환상은 여기까지...
“누나! 공부 하는 척 책 세워놓고 침 흘리면서 졸았지?”
“흐흐흐~ 맞아요. 살짝 졸았어요. 그런데 아제 왜 요즘 안 들리고 그렇게 바쁘게 다녔어요?”
“으~응~~ 그럴 일이 좀 있지. 안 가르쳐 줘야지... 오늘 안에 맞추면 업어줄게. 이거 먹으면서 생각하고 있어 누나~~ 깨물어 먹으면 생각 안 나니까 천천히 녹여서 빨아먹고 있어. 빠이~~”
싱거운 농담을 건네고 손을 흔들며 휑하니 바쁜 걸음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거에 걸려있는 재킷 안에서 재수의 휴대폰이 울린다. 행거를 들고 들어오면서 걸려있던 재킷 주머니에 넣었던가보다.
내 전화로 확인을 하고 10여분 지나서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누나! 휴대폰이 울리면 받아야지 귀 안 들리슈? 좀 받아주지. 새로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잃어버렸는지 알고 찾아다녔잖아...”
“아니 난데없는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려고 찾다보니 끊어졌어요.”
“그럼 얼릉 나한테 전화 여기 있다고 전화를 때려 줘야지 귀만 안 들리는지 알았더니 손가락도 고장 났구먼?”
“뭥미?“
“뭥미고 영미고 누나 미워!”
참 나 원!
어디 허공에다 전화를 하란 말이야?
으이구! 저 화상 도대체 뭐야?
시비야?
투정이야?
어리광이야?
오늘 잠시 괜찮게 보였다가 다시 재수로 보인다.
사탕을 우드득 우드득 씹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