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을 짚은 재수의 모습은 늘 명랑했고 하루하루가 행복해 보였다.
“누나! 누나 낭군님 혹시 중국집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중국집?”
“누나 집 대문 앞에는 아마도 일주일에 5일은 중국집에서 제일 큰 쟁반 아니 접시하고 그릇 몇 개씩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지.”
“아니 우리 집 음식 주문해 먹는 것까지...아제는 내 뒷조사도 해요?”
“그게 아니고 누나 집 뒤쪽으로 맨 윗집이 우리 엄마집이라서 밥 먹고 자전거타고 올 때면 내 눈에 보이니까 한 말인데 뒷조사라니 무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래요? 엄마집이 그쪽 이예요? 미안해요. 우리 집 양반이 짜장면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날은 쟁반 짜장을 자주 시켜먹긴 해요.”
“그러니까 말인데 사업하시는 분이 왜 점심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타고 10분 내외 거리라 아이들과...“
어느 사이에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이웃사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집 형편을 거의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생활방식을 종합해 보니 아무리 손님이 없고 힘들어도 되도록 그의 낭비벽을 고쳐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때마침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노라고 가슴 후벼 파는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그녀가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다고 했으니 옷 구입은 그녀에게 하라고 권유 했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그를 향한 결단은 현금을 놓고 가면 고마운 마음에 다시 그 취향에 맞는 옷을 구입해서 권유하게 되었다.
손님은 왕이라고 했던가!
장사꾼, 장사치라는 속된 말을 스스로에게 해가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하듯 그에게 계속 많은 옷을 팔고 있었다.
재수는 날이 서늘해지면서 또다시 여인들에게 선물할 옷을 구입하려고 안간 힘을 썼다. 그럭저럭 외상 옷값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싫은 내색도 할 수 없는 시점에 와있다.
“누나! 우리엄마한테 그 여우 보여줬더니 우리엄마가 맘에 쏙 든다고 하던데?”
“아니! 그녀에게 가족이 있다면서 벌써 진도가 그렇게 멀리 나간 거예요?”
“그럼, 우리엄마가 그 여우를 처음보고 홀딱 반했나봐, 누나도 한번 볼텨?”
사랑에 눈멀고 귀 닫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나이가 몇인데...
애라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