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모쿵이에 몇 년치 가계부가 줄서서 꽂아있는 걸 보면 나의 결혼 연식이 나온다.
결혼해서 현재까지 가계부를 써온다고 썼지만 결혼초기에는 제대로 상세하게 잘 써오다가
언제부턴가 대충 두리뭉실하게 가계부를 작성했다.
왜냐구? 월급도 뻔하고 들어가는데도 뻔하다는 이유로...
가계부를 보면 우리집의 가정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다.
남편이 월급 듬뿍 갔다줄 때는 가계부를 노래부르면서 썼지만
그언제부턴 발갈펜이 등장하고 부터는 가계부는 쓰기 싫어지는 존재였고 멀리하고 싶어졌다.
빨간펜은 아이들 시험점수 매길 때만 사용하는게 아니고
중요한 내용에 밑줄치는데가 쓰는게 아니고
마이너스 표시 할 때도 눈에 혹 띄게 사용하는게 빨간펜이다.
가계부를 쓰던 안쓰던 크게 들어가는 돈은 정해져 있다.
관리비, 식비, 생활비, 문화비, 교통비, 아이들 학교다닐 땐 교육비....
지출중에서 적금이란게 지출이지만 나중에는 수입이 되닌 요것이 중요한데
적금이란게 뻔한 월급에서 가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울엄마의 영향을 받아
꼭 조금씩 나누어서 적금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엄마는 셈에 빠르시다.
그엣날에 학교문턱만 겨우 가신 분이신데 돈을 지혜롭게 잘 늘리시는 분이시다.
지금도 은행에 몇개의 적금통장을 갖고 계신다.
쓰고싶은거 다 쓰면서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미루면 쪽박쓰기에 딱이라며
무조건 아껴서 저금부터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진리의 말씀이다!
며칠전에 가까이 사는 책모임의 동생네를 갔었다.
집이 너무 깔끔해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뭐가 이리 깨끗해?
꼬맹이 둘이 있는 집이 맞아?
작년에 이사오면서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고는 하지만 넘 깨끗해서 우리모두 얼음 땡!
남편이 미대출신이라 미적 감각이 곳곳에 보인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무조건 깨끗하다.
취미가 버리는 거란다. 아이들 장난감도 꼭 필요한 거 이상은 나누거나 버리거나다.
그렇다고 많이 사지도 않는단다.
그날도 자기가 재봉하면서 온라인을 판매하다가 남은 아이들 두건이나 턱받이를 나누어주고
우리 언니 둘에게는 예쁜 손수건을 하나씩 선물했다.
그집의 냉장고에 붙어있는 A4용지를 들여다보니 전달 가계부 지출과
이번달 지출이 데일리로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의야해하는 우리에게 그녀의 설명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지난달과 비교가 되어 좀더 절약할 수 있고 지난달고 비교에 지출항목에서
데일리로 차감하게 되니 어느시점에서 어떤것을 많이 사용했지는 알 수가 있어서 좋단다.
자기와 남편이 김생민의 영수증보다 한수 위라는데...ㅋㅋ
그녀는 통장도 없단다.
현금과 신용카드 한 장으로 생활을 하는데 필요에 따라 남편 통장으로 입,출금을 한단다?
젊은부부의 사는 방식은 나와 많이 달랐지만 분병 배울 점은 있었다.
난 냉장고에 가계부를 붙혀 놓지는 못해도 가계부에 꼼꼼하게 적어 나름대로 써야겟다고 새롭게 다짐을 한다.
무작정 쓰고 다음달에~~라고 말하지 말고
좀 규모있게 책정을 잘해서 돈좀 잘 모아 보자구.
내가 울엄마의 딸인데... 그리고 왕년에 꼼꼼하다고 소문난 누구인데...말이쥐...ㅎㅎ
5월 3일인데 벌써 돈들어갈 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5월은 무서븐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