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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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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매의 성장.


BY 엉터리 맘 2017-10-18

3. 오남매의 성장.

부모없는 설움을 내가 겪어 봤는데, 오골오골 누웠는 다섯아이가 내꼴 될까 슬퍼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평소에는  자상하신 분이나 술만 드시면 동네가 떠내려가도록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밥상 엎기를 쉬이하시는 시아버지 뒷수발도 내 운명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 술버릇을 닮아가는 큰아들을 볼때는 조상님 모시기를 헛으로 하지 않았것만 서럽고 원망스러워 조상들 묻힌 선산에 밤이 늦도록 무서운줄 모르고 울어도 봤다.

엄마 고생하는줄 다 알고 독한 맘 품은 녀석없이 다 잘 자라주고 자기 앞가림 하것만,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할 녀석이 머리 좋다는 소리는 혼자 다 듣고 인물 좋다는 소리는 혼자 다 듣던 큰녀석만 내맘을 몰라준다.

아니, 큰녀석도 동생들 살피는 것을 보면 악한 구석은 없는 것 같은데, 학교도 포기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처지사방 분간없이 돌아다녔다.

자식들 성장하면 달라질 인생을 기대하며,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던 남편의 웃음을 생각하며 지금껏 버텨왔던 인생의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초가지붕 겨우 걷어내고 슬래트 지붕을 올렸던 오두막을 서방님 권유로 주택개량사업자금 500만원을 받아 슬라브 집을 지었는데, 때를 맞춰 서방님도 소 파동에 쫄딱 망해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공직에 있던 서방님의 도움이 적지 않았것만, 축산업으로 큰돈을 버는 친구들을 보고 어려운 가문을  세울양으로 공직을 사직하고 뒤늦게 축산일에 뛰어던 것이 화근이였다.

믿고 의지가 되어주길 바랐던 서방님 마저 빚더미에 앉아 쌀 한 가마니라도 퍼줘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살길은 막막했다.

종가집이라도 제대로 된 밭떼기 하나 없이 몸둥아리 하나로 다섯아이를 키우자니 농한기때에는 라면 스프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농번기때는 낮에는 농삿일 밤에는 공장일을 했다.

첫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중학교 졸업하고 동생들 키우고 모내기 품앗이 하며 동생들 학비벌던 맏딸이 코피 흘려가며 독하게 공부해서 우체국에 취직을 했다.

지금도 맏딸 영애는 친구같고 필요하면 망설임 없이 손벌릴 수 있는 유일한 자식이다.

남편 죽고 갓 백일 지난 막내를 내가 무슨일이 있어도 업어 시집 보내고 죽어야지하고 이를 악물었었는데, 그 딸이 작년에 결혼 10주년을 맞았다고 전화가 왔다.

이제는 내 손 바라는 자식없이 잘 살아주니 고맙고 섭섭하다.

추석, 설명절 벅적벅적 한중에 크게 웃어도 보지만 큰녀석만 자식새끼 거느리며 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가슴 한곳이 아프다.

어미 보다 먼저 간 녀석, 그래도 남겨놓은 손주, 손녀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큰대회에서 상도 받고 장학금도 받아 경노당에서 할미의 면을 세워준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있을까마는 지금처럼 평온했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혹여라도 일어날 바람은 어미보다 더 크고 튼튼히 자란 내 자식들이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