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아름다워라
여행 후기는 꼭 쓰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을 했더니,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적게 되었다. 그곳의 특징 이라든가 유서는 인터넷이 더 자세하게 일러주는 터라, 반드시 글쓰기의 격식을 갖추어 써야 하는 부담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 고의적으로 격식에 맞추기를 피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돼먹지 않은 글 솜씨도 그렇고…. 한 때의 재미라고 해 두어도 좋을 듯.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 했지.
이제 끝을 내고 나니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서 좋다. 앞으로는 더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 같아서 부담감도 덜게 되었다. 써놓고 읽어보니 초등학생 수준도 못 되는가 싶지만 내려놓고 싶은 생각은 더 더욱 없다. 엄마가 분명히 여행후기를 쓸 것이라는 예감으로 날짜에 맞추어, 일정을 정리해 준 막내 딸아이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뒤죽박죽 뒤 섞인 추억이 글을 쓰며 또는 써놓은 내 글을 읽으며, 새록새록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대견하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 했겠다.
누군가 나에게,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하겠느냐?” 고 묻는다 치자.
나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땅이 아니라 이미 다녀 온 곳을 다시 더듬고 싶다.”고 말하겠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하지 않던가.
그 시각에 마주쳤던 사람이 아니라도 좋다. 아, 다시 마주친다고 하자. 그 사람도 추억이 그리워서 그 자리에 다시 섰을 테지. 반드시 그곳이 아니어도 좋다. 영감과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그 ‘호야비치’말이야.”
“아, 그 물개들 많던 바닷가?”
“참 좋았지.” 이 또한 추억이 아름다운 때문이겠다.
“여보. 우리 다음 여름엔 ‘라구나비치’에 갈까? 작은 집 하나 렌트해서 두어 달만.” 되지도 않을 객소리(?)라는 걸 왜 모르겠어. 그러나 말이야 못할까 보냐. 말하는데 세금이 붙는 것도 아니질 않은가.
“그러지, 뭐.”
오잉?! 영감의 능청이 더 재미있다. 되지도 않을 소리니까 말이지. 역시 추억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