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지 파랗다.
내마음도 따라서 높고 파란하늘이다.
친정식구들과 점심시간에 모이기로 했기에 아침에는 추석날 펼쳐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남편은 옷장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것 같다며 옷장의 옷을 꺼내고 청소를 한다.
늘 깔끔한 사람이기에 청소를 해도 완벽에 가깝게 하니 나로서는 도움이 되어 좋은데
가끔은 피곤하다.
청주에서 오는 동생은 거리상으로 제일 멀어서 1시 정각에 도착했고,
둘째 동생은 나보다 일찍 도착했다.
외며느리 올케는 분주하게 점심상을 준비하는데 솔직히 요리보다는 반찬에 비중을 많이 두는 스타일이다.
네 집 식구가 모이니 머리수가 많다. 우리 딸과 둘째네 조카 한 명이 빠져도 16명이니 작은 숫자는 아니다.
여자들이 눈치껏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상차리는데 일조하고 작은 잔소리하며 서두르시는 엄마께는
일꾼이 넘쳐나니 쇼파에 앉아 계셔서 구경하시라고 했다.
가짓수 많은 반찬으로 상이 휘청거리는데 조금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깔끔하고 몇가지 요리로 상을 차리다가 이렇게 넘쳐나는 상을 보니 정신이 없었다.
먹을 때보단 정리하는게 시간이 많이 걸리니 올케에게 다음에는 반찬수를 반으로 줄이자고 건의(?)을 하니
배시시 웃으며 그런다고 한다.
직장다니면서 손님상 차리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엄마가 전을 부치시고 많은일을 하시지만 그래도 준비하려면 힘들고, 먹는거에 비해 차리는 양이 너무많다.
동생도 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남편은 다음에는 우리가 시범을 보여주면 어떠냐는 말에 그것도 괜찮다고
우리 딸 셋이 요리 하나씩 준비해오면 올케는 반찬 두어가지와 국만 준비하면 훨씬 낫겟다 싶다.
오후에 올케는 친정에 간다고 하니 우리가 설겆이 할테니 빨리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래도 집주인이 음식은 정리해야되서 음식 정리는 올케가 하고 내가 준비한 작은선물을 동생들과 하나씩
나누어 주니 고맙단다.
착한 올케지만 나누는 것은 좀 인색하다. 그렇지만 남동생이 대신해서 또 준비를 한다.
우리는 주는 것을 좋아하니 서로서로 하나씩 둘씩 나누고 쇼핑백에 담는다.
올케네 친정집에도 가져가라고 쇼핑백에 담아준다.
엄마, 아버지는 우리에게 받은 용돈을 또 조카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뭐든지 돌고 돌면 둥글게 둥글게 편하고 보기좋다.
막내여동생 시어머님은 명절 때마다 친정어머니께 용돈을 보내신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시다.
제부가 동생을 고생시킨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밭에서 수확한 호박, 가지, 대추,과일도 많이 보내주셨다.
사돈지간에 이렇게 정겨운 사돈도 드물거다.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도 인복이 많이셔서 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시고 동네어른들도 뭐라고 주시려고 그러신단다.
친정엄마는 딸들과의 수다타임을 특히나 좋아하신다.
말빨이 센 둘째가 말이 좀 넘친다 싶으시면 브레이크를 거시고 당신도 이야기좀 하자고 하신다.
몸이 안 좋으신 아버지는 옆에서 한번씩 미소가 지으시다가 운동삼아 동네한바퀴 돌고 오신다고 나가시고
남편과 제부들은 차려진 다과상앞에서 말을 나누다가 요란스런 여자들의 목소리에 한번씩 놀란 표정으로
우리쪽을 보면 내가 미리 선수친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죄송합니다~ 한 옥타브 내리겠습니다. 동생들 좀 조용조용 이야기 합시다.ㅎㅎ"
엄마는 샘쟁이 여동생에게 가디건을 입어보라 하신다.
아마 나에게만 사주었던 블라우스를 보고 여동생이 샘을 냈다보다.
욕심이 많은 동생은 자기것은 꼭 챙긴다.
가을색의 가디건은 동생에게 썩 잘어울렸다. 동생도 흡족해하며 좋아라하니 엄마도 웃으시며
목소리 낮추어 내게 말씀하신다. 너도 하나 사주신다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사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마냥 퍼주기만 하려는 엄마에게 내가 이번엔 브레이크를 걸었다.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엄마지만 우린 배도 부르고 제부는 내일 출근한다고 해서
모두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가 짧아 어느새 어둑한 그림자가 하늘을 드리운다.
정겨운 명절연휴, 부모님이 아직 함께 계시니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