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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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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영원히 깨질지어다5


BY 러브레터 2017-09-21

그 사랑 영원히 깨질지.. 

 

 

너무 힘들어하지 마! 그냥 그 사랑 포기해!’

너무 슬퍼하지 마! 그냥 그 사랑 축하해 줘!’

다른 사랑하면 되잖아! 지나간 사랑에 너무 미련 두지 마!’

그 사람은 이미 지나간 사랑이야! 그러니까 잊어버려!’

왜 아직도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두고 그래?’

바보처럼 왜 그렇게 미련을 못버려?’

얼마든지 다른 사랑할 수 있잖아!’

 

친구는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불빛에 반사되는 플라스틱 눈망울이 우울해 보인다.

 

미련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랑을 못버리겠어!”

왜 해신이여야 하는걸까? ? ?”

다른 여자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왜 하필 해신이어야 하는거냐고?”

보상받고 싶어! 상처받은 사랑, 상처받은 지갑, 다 보상받고 말거야!”

 

들고 있던 유리컵을 테이블에 세게 내리쳤다.

그 인간과 웃고 있는 사진이 하트속에 담겨있는 커플 유리잔이다.

그 인간은 아직도 가지고 있을까?

억지로 손에 들고 인상쓰던 얼굴이 문득 스쳐 간다.

이미 가루가 되어 쓰레기 소각장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겠지

아무것도 아닌채 눈물로 보냈던 지난 시간이 억울하다.

 

 

공항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찍어 올린 그 인간의 sns에 분통이 터진다.

입꼬리가 하늘을 치솟는 저 미소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언제까지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지켜보고 있다.

머지않아 처참하게 깨질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이번에는 그 사랑이 깨지지 않을거라는 불안감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고통스럽게 한다.

 

 

해신이 헤어샵 건물 옥상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당연히 월세는 꼬박꼬박 내는 조건이다.

계약서도 부동산에서 철저하고 꼼꼼하게 쓰고 도장까지 찍었다.

해신이는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지만,

여자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는 비굴한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고시원과 비교하면 여긴 천국이다.

더운 물도 잘 나오고 화장실도 넒고 욕조까지 있다.

시끄럽지도 않고 창문밖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 인간이 해신이 건물에 이사를 왔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설마 벌써 살림을 차리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생각에 열이 확 올라온다.

여기를 클릭하고 저기를 클릭해 봐도

온통 해신이와 깨 볶고 꿀 떨어지는 사진들 뿐이다.

삼겹살이라면 환장을 하는 인간이 해신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안먹는다고 한다.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다.

저것들이 진짜 사랑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미치지 않고서야 그 좋아하는 삼겹살을 그렇게 쉽게 안먹는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이 그렇게 무서운 걸까?

 

 

친구야! 사랑이란 게 그렇게 무서운 거니?”

어떻게 환장하던 삼겹살을 해신이 한 마디에 안먹는다고 할 수가 있는거니?

기름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 굽는데 얼마나 냄새가 많이 난다고 그럴까?”

넌 이해가 가니? 난 이해가 안가! 아니 이해하기 싫어!”

저것들이 진짜 사랑하는게 싫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인정할 수도 없어!”

그냥 깨져 버렸으면 좋겠어!”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분하고 억울해서...

 

넌 그 사랑 이해할 수 있겠니?”

 

친구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벽만 바라보고 있다.

 

왜 내가 하는 사랑만 아픈걸까?‘
왜 아파야 하는걸까?“

 

바닷가에서 커플 수영복을 입고 폼잡은 사진이 떡 하니 올라와 있다.

물에 들어가는 건 질색을 하던 인간이 수영복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저것들은 사랑하고 있는걸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는 걸 바라보기가 역겹다.

깨지지 않을것만 같은 사랑이 불안해진다.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도 저것들이 하고 있는 사랑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사진 속 꿀 떨어지는 사랑은 계속 된다.

 

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커다란 튜브 위에 벌러덩 누워 찍은 사진이 눈꼴 시리다.

물을 끔찍하게 무서워하던 예전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유서를 쓰고 한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었다. 해신이가 sns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달려가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해신이는 그인간의 sns 광팬이었다.

매일 새로운 소식이 올라올때마다 답글을 달고 하트를 누르며 열광했었다.

그렇게 그들은 가까워지고 사랑이란 걸 하게 되었다.

 

죽는 그 순간에도 나란 여잔 신경쓰이지도 않았나 봐!’

왜 난 단 한 번이라도 그립고 사랑하고 싶은 여자가 될 수 없는걸까?’

 

비껴간 사랑에 미련이 남는다.

 

친구야! 왜 난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가 된걸까?”

해신이에게는 그렇게 쉽게 다가오는 사랑이 왜 난 피해가는 걸까?”

꿀 떨어지는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데! ”

그냥 사랑하는 우리만 되어도 행복할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아!”

지금 그 인간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거 아닐까?”

한 번도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 웃어주고 행복해 하는 걸 본적이 없어!”

친구야! 너무 외롭고 슬플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거니?”

 

털이 가득한 팔뚝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슬픈 눈빛으로 질문을 던져도

그저 혼잣말일 뿐이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 벽을 바라본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친구야! 왜 사랑은 슬픈걸까?”

남들은 저렇게 함박웃음을 짓고 즐거워 하는데 나한테는 눈물뿐이었어!”

눈물뿐인 사랑! 갑자기 시인이 된 기분이야!”

눈물은 그렇게 내 사랑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미소는 저만치 사라져 간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소리쳐 부르다가 목이 쉬어 버렸다

주르륵

흘러 내리는 눈물이 원망스럽다

억지로 지어지는 슬픈 미소가 아프게 느껴진다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던 지난 시간

다시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웃을 수 없겠지

 

슬프게 비가 내린다.

 

친구야!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네가 참 부러워!”

아무리 감정 없이 살려고 해도 쉽지 않거든!”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나도 모르게 ........“

 

고통은 그렇게 슬며시 다가와 가슴을 괴롭힌다.

의자에 우두커니 감정없이 앉아 있는 친구의 얼굴에 번쩍 하는 불빛이 스쳐 지나간다. 친구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의자에 앉아 있다.

해신이의 디데이 달력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인간의 sns가 열리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해신이의 sns가 열리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일상이 자기자랑이고 관종에 젖어 있는 해신이가 sns를 잠가 놓을 리가 없다.

드디어 디데이가 다가온 걸까?

 

그럼 그렇지!’

네가 갑자기 변한다는게 말도 안되는거지!’

어쩐지 이상하게 오래 간다 했다!’

 

 

그 인간은 어디를 가입하든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똑같아서 열어 보기가 쉬운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열리지 않는다.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