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셔 힘이 들어도 참아야 했다.
누구에게도 내색을 하고싶지 않았다.
눈이 아프고 시려 견디기 힘들었다.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냈다.
조명에 따라 렌즈 색깔이 변하는 안경이었다.
참았던 눈물이 자꾸만 흘러 내렸다.
하순에게 들키지 않으려 콧물을 훌쩍이며 억지로 삼켰다.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아픈 눈물이 견디기 힘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밤길을 거니는게 두려웠다.
밝은 조명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희뿌연 안개속에 가려진 세상이 힘들게 했다.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캄캄했다.
이제 막 그를 가슴 가득 사랑하려 하는데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견디기 힘들었다.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물만 앞을 가렸다.
그녀는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 물었다.
설움에 북받쳐 미칠것만 같았다.
그에게 들킬까 두려워 마음껏 울지 못한다는게 가슴이 아팠다.
집앞에 포장마차가 눈에 띄었다.
오늘은 마음껏 취해 울고 싶었다.
눈물을 더 이상 참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지난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갑자기 너무도 그리웠다.
하지만,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그녀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소주잔을 기울일때마다 아프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려 하지 않았다.
참아 왔던 눈물을 마음껏 흘리고 싶었다.
그리고,다짐했다.
오늘이 지난 내일 그 순간부터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고...
어느새 소주병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소주병을 흔들며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잔에 따르지도 않은채 병째로 다 마셔 버렸다.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술만 마시고 싶었다.
그녀는 목놓아 울었다.
세상의 모든 아픔과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든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울어도 가슴은 후련해지지 않았다.
자꾸만 가슴을 에이는 고통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희철과 함께 하고 싶었 던 행복한 시간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절망의 늪으로 다가가는 하루하루가 무서웠다.
눈을 감았다.
이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세상이 견딜 수 없이 무서웠다.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건 가혹한 형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건 지독한 고문이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안돼!’
‘이럴 수는 없는거야!’
‘받아들일 수 없어!’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이렇게 잔인한 벌을 받아야 하는건데?’
‘하나님!제가 그렇게 죄를 많이 지었나요?’
‘대답해 주세요!’
‘제가 그렇게 나쁜 년으로만 살았나요?’
‘차라리 그냥 죽으라고 하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어떻게 살라고요?’
‘너무 하시는거 아닌가요?’
그녀는 목놓아 소리치며 대성통곡을 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이 지켜보는것도 모른채 한참동안 울었다.
그녀는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허리띠를 풀어 목을 동여맸다.
눈물로 지켜보던 희철은 달려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이러지 마!제발!”
“날 위해서라도 이러지 마!”
그녀를 업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희철의 등을 내리쳤다.
“그냥 날좀 내버려 두지 왜 그렜어?”
그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업고 걷기만 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가슴속에 아프게 내리쳤다.
한강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녀는 목이 쉬도록 울부짖으며 희철을 원망했다.
한강둔치에 그녀를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죽고 싶으면 차라리 여기 빠져 죽어!”
“추하게 남들 보는 앞에서 목 매달아 죽지말고!”
한강물을 가리키며 화가 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내가 밀어넣어 줄까?”
“너 밀어넣고 나도 같이 따라 죽게!”
그는 옷을 벗어 던지며 그녀를 노려 보았다.
“왜 의리없이 너만 죽으려고 하니?”
“나도 같이 죽어야 하는게 당연한거 아니야?”
그녀는 그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에 가려져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화를 내며 악을 썼다.
“왜 죽는것도 내 맘대로 못하는건데?”
“왜?”
“왜?”
그녀는 차가운 한강물로 뛰어들었다.
눈을 감고 강물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갔다.
부디 희철만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이제 정신이 드니?”
희미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다.
온몸이 떨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살아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왜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
“왜?”
“죽는것도 내 맘대로 못하니?”
이불을 걷어차며 화가 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런 그녀를 감싸 안으며 울먹였다.
“그래!내가 살아 있는한 넌 맘대로 죽을 수 없어!”
“이제 우리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안그래?”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속삭였다.
“네가 볼 수 없다 해도 난 널 버리지 않을거야!”
“내가 왜 널 버리니?"
"미안해 하지마!“
그녀의 떨리는 손을 꼭 붙잡고 눈물로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점점 더 흐려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의 품에 안겨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깊은 한숨이 허공속에 흩어져 내렸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가게로 나섰다.
하루가 다르게 분주해지는 가게일이 즐겁고 행복했다.
상덕과 희철은 밤새 가래떡을 뽑은 탓에 몸살이 나고 말았다.
어깨를 두들기며 행복한 투정을 했다.
“장사가 너무 잘 되도 골치다!”
“어깨죽지고 어디고 안아픈데가 없네!”
히순은 상덕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위로했다.
“그래도 요즘 불경기에 우린 행복한거야!”
“줄줄이 문 닫고 야단인데 우리만 살아 있잖아!”
하루가 다르게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났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차압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사채업자가 부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그런 모습들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희철은 그녀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다시는 먼 곳으로 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 두고 싶었다.
밖에는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
희서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밖으로 뛰쳐 나갔다.
어느새 골목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여기저기 발자국을 찍으며 장난을 쳤다.
상덕은 비를 들고 가게앞을 쓸었다.
희철은 장난스런 희서를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밝게 웃는 모습을 보는것도 오랜만이었다.
상덕은 투덜거리며 그녀를 나무랐다.
“어이!꼬마 아가씨!”
“오늘 하루 종일 그러고 계실건가?”
“장사 안해?”
그녀가 들은척도 하지않자 소리를 질렀다.
가게안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얼른 들어가서 장사준비해!”
“네가 무슨 어린애야?”
“얼른 들어가!”
비로 그녀를 한 대 때릴 분위기였다.
그녀는 손바닥을 비비며 장난스레 용서를 구했다.
“알았어!일하면 되잖아!”
가게안으로 들어서며 혓바닥을 낼름 내밀었다.
눈발은 그치지 않은채 거리를 점점 더 새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은규는 첫눈이 오는 날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려고 애를 썼다.
예전에 듣던 추억의 노래들을 틀고 싶었다.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를 제일 먼저 턴테이블에 올렸다.
점심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가게안은 분주했다.
오늘 눈도 많이 오는데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눈,첫사랑은 잊을 수 없는 의미있는 단어죠.
그리운 첫사랑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오늘...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들으시겠습니다.
은규는 노래가 나오는 동안 혹시나 그녀가 오지 않았을까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은규가 기다리는 그녀는 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더 그리워지는 그녀였다.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그녀는 다시 오지 않았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이정석 노래가 끝나자 이지연의 ‘그 이유가 아픔이었네’를 올렸다.
그녀를 사랑한 그 이유가 너무도 큰 아픔이었다.
은규는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눈물만 흐를뿐이었다.
그렇게 그리워할줄은 몰랐다.
멍하니 눈 내리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눈 오는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올것만 같았다.
음악이 끝난것도 모른채 한참동안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부스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였다.
“신청곡 안받나요?”
긴 머리의 그녀가 신청곡이 담긴 쪽지를 내밀었다.
은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신청한 노래는 태무의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고...
그냥 지켜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오늘 처음 그 사람에게 말하려 합니다.
사랑할 것 같다고...
태무의 ‘너에게 하고싶은 말’이 감미롭게 흘러 나왔다.
은규는 눈을 감고 노래속에 젖어들었다.
너무도 감미로운 목소리에 빠져드는것만 같았다.
쪽지속에 감추어진 달콤한 초콜렛을 한참동안 가슴에 안고 있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수줍은 사춘기 소년처럼 은규는 행복했다.
훈훈한 난롯가에서는 추억이 익어가고 있었다.
희철은 호일에 싼 감자와 고구마를 난로속에 집어 넣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하게 익는 냄새가 군침돌게 했다.
다 익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희철은 한 사람씩 나누어 주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매운 떡볶이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잠시동안 혀를 달콤한 맛으로 진정시켜 주는 기분이었다.
달고나를 국자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저으며 녹였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볶기가 어린 시절 추억속으로 돌아가게 했다.
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조관우의 ‘겨울아이’가 흘러 나왔다.
오늘 생일 맞으신 분들 계시나요?
손 한 번 들어 보세요!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난리였다.
거기 볶기 만들고 계신 아저씨!
오늘 생일 맞으신 분들
볶기랑 쫀드기랑 숏다리포에 쥐포까지
셋트 메뉴로 한접시씩 드리세요!
이 규오빠가 드리는 생일 선물입니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희철은 접시에 예쁘게 담아 나누어 주었다.
은규는 생일축하곡을 턴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가게안은 어느새 생일파티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촛불을 끄고 크림을 얼굴에 찍어 바르며 장난을 쳤다.
그런 모습들을 미소로 바라보던 은규는 마이크에 대고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림만 잔뜩 발린 케이크 먹으면 똥배 나와요!”
“다음 생일때는 떡케이크로 생일파티하면 규오빠가 이뽀할거야!”
“쪽!”
은규의 입술 부딪치는 소리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짖궂게 얼굴을 내밀며 직접 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내 입술은 비싸서 아무나 안해줘요!”
신청곡이 들어왔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만난지 꼭 백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사랑하는 그녀의 생일이기도 하고요.
같이 듣고싶은 노래가 있어 신청합니다.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 번’
언제 같이 밤을 보내고 또 보내고 싶다는거야?
이 형 허락도 없이!
누군지 한 번 일어나 보세요!
은규는 밖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뿐이었다.
얼마나 뜨거운 밤을 보냈길래 못일어나는걸까?
다음부터는 차가운 밤 보내도록 하세요!
물론 손만 붙잡고 잤겠죠?
얌전하게 똑바로 누워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노래를 신청한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 번’이 울려 퍼졌다.
눈은 어느새 그치고 어두움이 찾아 들었다.
시간이 늦을수록 가게안은 연인들만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은규는 그런 연인들을 위해 분위기 있는 음악들을 선곡했다.
떡볶기 먹을때는 손에 땀나니까 놓고 먹기!
너무 손 꼭 잡고 있으면 지문 없어져요!
손 놓고 떡볶이 맛나게 먹기!
저기 먹여 주시는 분!
어쩌다가 손 없는 사람이랑 사귀게 되었나요?
거기 오빠는 손이 어디 출장 가셨나요?
자꾸 그러면 이 규오빠 배 아파서 화장실 가야돼요!
가게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너무 지나친 애정행각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사실!
밑줄 쫙 진하게 치고 외워두기!
그런 의미에서 양혜승의 ‘결혼은 미친 짓이야’
틀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은규는 심술이 발동해 일부러 약올리는 노래를 틀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로 먹여주고 받아 먹는 분위기는 계속 되었다.
그런 연인들의 모습들이 은규는 배가 아팠다.
다음 곡으로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을 올려 놓았다.
갑자기 디제이를 하기가 싫어졌다.
눈을 감고 노래속에 빠져 들었다.
그녀가 너무도 그리웠다.
똑똑!
누군가가 부스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였다.
그녀가 커피잔을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왜 그렇게 심술이 나 있어요?”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으며 말했다.
은규는 꿈을 꾸고 있는것만 같았다.
눈앞의 그녀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얼굴을 꼬집어 보았다.
너무 아팠다.
그녀는 분명히 눈앞에 서 있었다.
문득 그녀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로 향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열심히 노래제목을 적어 내려갔다.
일기예보 인형의 꿈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엠씨더 맥스 마지막 숨소리
포지션 후회없는 사랑
임창정 이미 나에게로
이정봉 그녀를 위해
FT아일랜드 사랑앓이
이지연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k2 잃어버린 너/유리의성
태무 너에게 하고싶은 말/사랑하니까
백지영 총 맞은것처럼
이승철 들리나요
변진섭 너에게로 또 다시
빼곡하게 적힌 노래 제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 내려갔다.
차례대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하나씩 올려 놓았다.
가게안은 음악만 흘러나올뿐 은규의 느끼한 목소리는 잠잠했다.
그녀가 건네준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음악속에 빠져들었다.
은규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미소를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가게문을 닫을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말없이 사라졌다.
카운터에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한 장 있었다.
은규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상덕은 은규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으며 야단쳤다.
“디제이 내세워서 작업 너무 들어가지 마라!”
카운터를 정리하던 희철은 함박웃음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회식이 있는 날이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회식을 핑계로 한 새 메뉴개발이라고 해야 맞는 날이었다.
주방은 세 메뉴를 요리하느라 정신 없었다.
오늘은 과일즙으로 만든 떡볶이를 선보이기로 했다.
희철은 며칠동안 밤을 세우며 열심히 연구했다.
오늘 그 결실을 확인하는 날이다.
희철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나 맛이 이상할까 걱정되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향긋한 과일향과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별미였다.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입맛이 까다로운 상덕은 감탄사를 늘어 놓았다.
“입에 아주 짝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너무 맛있어!”
“덕분에 과일까지 먹는거네!”
희철은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미소를 보냈다.
하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희서는 배가 고파 한 접시를 금방 다 먹어 버렸다.
민아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입은 쉴새 없이 오물거렸다.
희철은 그런 민아가 너무 귀여웠다.
하순은 졸고 있는 민아를 업고 집으로 향했다.
두 번째 메뉴는 가래떡 뻥튀기였다.
과일과 채소들로 물들여진 가래떡 뻥튀기맛이 일품이었다.
눈과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백점짜리 웰빙과자였다.
뻥튀기를 직접 튀기기 위해 기계를 직접 들여 놓았다.
평가가 좋으면 당장 판매에 들어가려고 준비중이었다.
오늘 두 가지 메뉴는 모두 성공적인 반응이었다.
방앗간 기계에 익숙한 상덕은 금새 뻥튀기 기계 다루기에 익숙해졌다.
조그맣던 가래떡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과자가 되어 나왔다.
어린 시절 줄을 서서 보리와 쌀을 튀기던 시절이 생각났다.
상덕은 가래떡이 아니라 추억을 튀기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열심히 뻥튀기를 만들어 냈다.
봉지에 담은 뻥튀기가 너무도 예뻐 보였다.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동이 나버렸다.
인터넷으로도 반응이 뜨거웠다.
아르바이트생을 두지않고서는 날짜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상덕은 어깨가 아파와도 행복했다.
행복에 가득차 있는 희철과 희서를 아프게 지켜보아야 하는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봉지에 가득 담아 예쁘게 포장했다.
잠시 앉아 있으려 해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허리를 한 번 펴려고 기지개를 켜면 어느새 주문이 밀려 들었다.
갓 튀겨낸 가래떡이 입안을 자꾸만 유혹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고소한 냄새의 유혹에 가게안에 들어섰다.
상덕은 힘은 들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민아는 뻥튀기 튀기는 소리가 신기하다며 박수를 치고 좋아했더.
튀기는 소리에 귀를 막으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과자를 좋아하는 민아는 맛이 있다며 열심히 집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