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이 잘 된덕분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래떡은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가게안은 앉을 자리가 없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희철은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추억의 과자들을 하나씩 선물했다.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들 좋아했다.
역시 제일 인기 있는건 볶기였다.
세겨진 모양을 침 묻혀 뽑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있었다.
디제이 박스에는 신청곡이 밀려들었다.
벌써부터 인기가 높아 음료수컵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은규는 쥬스 한 모금을 마시며 마이크를 잡았다.
규워빠한테 쥬스 사준 언니...
아마도 영원히 복 받을거야...
안사준 언니는....
떡볶이 먹고 다 뱃살로 갈지도 몰라..
착한 일한 언니...
이 워빠가 뭐 해줄까?
“뽀뽀해줘요!”
포크를 높이 쳐들며 소리쳤다.
은규는 아주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워빠 뽀뽀는 천만불보다 더 비싸...
그래서..
아무한테나 안해줘....
언니가 이쁘면...
해줄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일어섰다.
은규는 그녀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맨트하는것도 잊은채 그녀만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한 눈에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이 모든걸 멈추어 버리게 했다.
한참동안 맨트가 나오지 않자 밖에서는 아우성이었다.
그제서야 은규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맨트를 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기분이었다.
무슨 맨트를 해야할지 몰랐다.
오로지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싶을 뿐이었다.
무슨 노래를 틀어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음반을 든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포크를 입에 물고 은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은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녀에게 들려줄 노래를 고르느라 분주했다.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턴테이블에 올렸다.
음악이 흐르는 내내 그녀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무시한채 그녀는 다시 수다삼매경이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 노래를....
이 워빠한테...
쥬스를 건네준 긴 머리 소녀에게...
전하고 싶어라...
긴 머리 소녀....
너무 착해요...
워빠가 나중에 맛난거 사줄게...
카운터에 번호 남겨주는 센스...
잊지 말기를...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흘려 보냈다.
은규는 지금껏 살아온 이유가 그녀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가슴에 들어오지 않은 그 사랑을 오늘 느끼고 있었다.
장난으로 하룻밤 만나왔던 수많은 여자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사랑에 눈을 뜨게 한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부디 그녀가 카운터에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길 간절히 기도했다.
새벽으로 달리는 시간에도 가게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시간이 늦을수록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덧 가게안은 커플들만 자리한 분위기였다.
은규는 영원한 사랑을 위한 노래들만 고르고 싶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그대 앞에서
사랑과 행복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거기 언니 워빠들...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셨나요?
서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굳은 사랑의 맹세를 다짐했다.
서로의 입속에 떡볶이 하나씩 넣어주고...
사랑한다고 얼굴에 뽀뽀해주기...
시작.....
가게안은 어느덧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은밀한 장소가 되어 버렸다.
서로의 입술로 떡볶이를 주고 받는 엽기 커플도 눈에 띄었다.
거기 입으로 떡볶이 주고 받는 닭살 커플...
이 워빠가 맴매해요...
여기는 ...
어디...?
아주...
아주...
건전한...
멋있는 디제이 워빠가 있는...
분식점이예요...
그런 징그러운 사랑은 ...
어디서..
할까?...
집에 가서...
해야 착한 어른이지....
은규는 심술이 나서 갑자기 신나는 노래를 틀고 싶어졌다.
태진아의 ‘거울도 안보는 여자’를 턴테이블에 올렸다.
갑작스런 트로트에 분위기를 내던 커플들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은규는 아링곳하지 않고 노래가 끝날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지켜보던 상덕이 디제이 박스로 달려왔다.
“얼른 분위기 바꿔!”
“다 나갈 분위기잖아!”
은규는 그제서야 다시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렸다.
그녀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달려가 그녀를 잡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쓰며 김경록의 ‘이젠 남이야’를 틀었다.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면 처음부터 남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가래떡을 팔면서 신이 난 하순은 싱글벙글이었다.
“오늘 완전히 대박이야!대박!”
“떡 색깔이 예쁘니까 놓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렸어!”
그녀는 금고를 어루만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희서는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가 힘들었다.
바닥에 걸터 앉아 이마의 땀을 닦았다.
힘이 들기는 해도 손님이 많아 신이 났다.
희철은 그녀의 지친 어깨를 안마해 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사람들이 맛있다고 난리더라!”
“다 네 덕이야!”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새벽시장으로 향하는 상덕과 희철은 마음이 가벼웠다.
어려운 경제속에서도 생각보다 가게가 잘 돼서 힘이 났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어제보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 시간이면 북적거려야할 시장안은 초상집처럼 삭막하기만 했다.
물건값을 깎는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상덕은 깊은 한숨을 쉬며 쌀가게로 향했다.
가게를 정리하려는 듯 가득 쌓여 있어야할 쌀포대는 보이지 않았다.
가게문을 닫는 슬픈 눈빛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친한 형같은 사람이 무너지는걸 힘들게 지켜봐야 했다.
상덕은 한참동안 멍하니 서있을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장을 나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눈물을 참으려고 해도 눈가를 어지럽히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불알 친구처럼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바람앞의 등불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울뿐이었다.
거래처들이 하나 둘 무너져 버린탓에 눈앞이 캄캄했다.
한동안 담배 연기만 내뿜을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거래처를 모두 바꾸어야 했다.
다른 시장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예전의 거래처들처럼 싱싱한 물건을 사기는 힘들었다.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차안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희철은 상심에 가득찬 상덕을 아프게 바라보아야 했다.
지난번처럼 아름다운 빛깔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색소를 넣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도 싱싱한 재료들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장사준비에 분주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양을 늘려 떡을 준비했다.
반응이 너무 좋아 예약주문하는 사람도 많았다.
은규는 음악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보았던 그녀가 다시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싶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가게안은 금새 북적였다.
아침에 준비한 가래떡은 금새 동이 나 버렸다.
오늘도 찾아주신 어여쁜 언니들을 위해
규오빠 인사드려요!
오늘도 이 규오빠 보고파서 온 언니들!
턱밑에 흐르는 침 닦고 신청곡 마아니 해주세요!
오늘 첫 번째 신청곡은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
들으시면서 맛난 떡볶이 마아니 드세요!
저기 언니!입가에 묻은 빠알간 피 닦으시고....
임창정 노래가 가게안 가득 울려 퍼졌다.
알록달록한 떡색깔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냄비마다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떡국도 끓여 먹을 수 있게 떡을 썰어 담아 놓았다.
떡볶이를 먹고 매운걸 가시기 위해 입가심으로 많이 먹었다.
희철은 연탄불을 피워놓고 달고나를 녹였다.
어린 시절 국자를 태워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쟁반에 뜨거운 볶기를 올려놓고 모자모양,하트모양,자동차등 여러 모양들을 찍어냈다.
쫀드기를 바삭바삭하게 구워 셋트 메뉴로 올려 놓았다.
희철은 가끔 쫀드기를 무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추억의 먹거리들을 반가워하며 가져가는 손길들이 분주했다.
어린 시절 먹었던 먹거리들을 이야기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매운 맛을 가시기 위해 하드통이 분주했다.
하나에 50원 100원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드통을 열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기 하드통속에 머리 얼리고 있는 워빠...
돌 떨어져서 아이스께끼 부서져요!
전기세 아끼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가게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아이스께끼통을 열고 있던 사람은 얼굴이 빨개져 자리에 앉았다.
말 잘 듣는 착한 워빠를 위해서 노래 하나 틀어주는 센스!
변진섭 워빠의 ‘희망사항’들으시면 어떨까요?
이 규의 희망사항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맛난 떡볶이 먹고 부우자 되는거!
여기저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펀드가 반쪽 나서 속 터지시는 분들
집값이 폭삭해서 이자 갚기 힘든 분들
잘 다니던 회사 갑자기 짤려서 살기 힘든 분들..
이런 분들 위해서 다 같이 떡볶이로 건배!
포크에 떡볶이를 하나씩 찍어 들고 서로 부딪치며 건배했다.
희철은 숏다리를 난로불에 구웠다.
가게안에 냄새가 진동하자 모두들 아우성이었다.
다 구워지기도 전에 난로 근처로 모여 둘었다.
희철은 하나 하나 네프킨에 싸서 서비스로 제공했다.
철없는 어린 아이들처럼 오징어 다리를 하나씩 손에 들고 싱글벙글이었다.
아폴로를 한주먹씩 손에 들고 빨아 먹는 재미에 쏙 빠진 사람도 눈에 띄었다.
어린 시절 제일 싸고 양이 많아 인기가 많은 먹거리였다.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아우성이었다.
희철은 볶이를 하나씩 돌리며 말했다.
“이거 뽑으신 분은 하나 더 드려요!”
“침 발라서 예쁘게 뽑으세요!”
손에 하나씩 받아들고 열심히 침을 묻혀가며 뽑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우성치던 아까와는 달리 너무도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열심히 침 묻혀 뽑는 거기 언니 워빠들
파이팅!화이팅!
잘 뽑아서 맛난거 하나 더 드시라는 의미에서...
성진우의 ‘포기하지마’
올려 드려요....
볶기 모양을 잘 뽑아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희철의 손길이 더 분주해졌다.
몸은 힘들어도 신이 났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행복한 시간들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하루 하루가 너무도 꿈만 같았다.
지금의 이 행복이 깨질까봐 두려워할 시간도 없었다.
주방에서 분주히 오가는 희서가 눈에 비쳤다.
안쓰러운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않는 그녀가 너무도 고마웠다.
희서는 눈앞이 아찔해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주방 가득 차오르는 뿌옇게 낀 김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음식들을 다 엎어버릴뻔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들켜 버릴까 가슴 졸이며 억지로 태연한척 해야했다.
글씨가 보이지 않아 메뉴판을 보는게 힘이 들었다.
의사의 말처럼 안경을 맞추어야 할 것 같았다.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무어라 말을 하고 병원에 다녀와야할지 눈앞이 아찔했다.
절망하는 그의 모습이 걱정되어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그의 어깨가 안쓰럽고 미안하다.
절망의 늪으로 그를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그에게 죄인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병원은 붐볐다.
순서를 기다리는 마음이 초조했다.
점점 더 나빠지는 시력이 걱정이 될뿐이었다.
눈이 부셔 안경을 쓰지 않고는 앉아 있는것도 힘이 들었다.
도저히 불안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은희서씨”
그녀는 가슴이 철렁했다.
검사를 끝낸 의사에게 물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요?”
“평생 시력을 유지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자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안개낀 듯 뿌옇게 보이는건 견딜 수 있었다.
눈앞의 모든 것들을 보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엇다.
거리를 거니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내고 약을 샀다.
그녀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약이었다.
조심스럽게 가방에 담았다.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 가방을 꼭 감싸쥐고 다녔다.
아침에 희철에게서 하룻동안 휴가를 얻을 수 있었다.
며칠새 핼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다.
마음껏 쉬다가 밤에 들어오라는 명령이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커피 전문점에 들렀다.
아메리칸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맛이 너무도 달콤했다.
새롭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슴이 설레었다.
은은한 커피향이 가슴 가득 퍼져왔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에게 더 이상 아픔이 없기를 기도한 마음이 통했다.
그에게 선물해준 하트 초콜렛이 생각났다.
희철과 함께 갔었던 그 커피 전문점이었다.
진열대에 하트 초콜렛이 눈에 띄었다.
그에게 선물할 하트 초콜렛을 두 상자 샀다.
상자안에 가득한 하트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보다 더 소중한 그에게 평생을 선물해도 모자랄만큼 사랑하고 있었다.
예쁘게 포장된 초콜렛을 손에 들고 거리를 한참동안 거닐었다.
문득 그가 너무도 그리웠다.
시계를 보니 가게일로 한참 바쁠 시간이었다.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오빠에게 선물할 하트 초콜렛을 두 상자 샀어
너무 사랑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
고마워!
설레이는 마음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따스한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썬글라스를 끼고 바라보는 세상일지라도 그녀에게는 천국이었다.
문자벨이 울렸다.
희철이었다.
고마워!
너무 사랑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가장 소중한 당신!
고마워!
그녀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언제나 그의 가슴에는 그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너무도 고마운 그녀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했다.
은규의 느끼한 목소리가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
벌써부터 은규의 인기가 대단해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밖에까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비집고 가게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희철은 그녀를 보자 깜짝 놀랐다.
“쉬다 오라니까 왜 벌써 왔어?”
그녀는 희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당황한 그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소 가득한 그녀가 내미는 상자를 보자 그제서야 얼굴이 밝아졌다.
“커피 전문점 갔다가 생각나서 샀어!”
그녀는 초콜릿 상자를 그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녀의 사랑을 가슴속 한아름 안겨주는 듯 했다.
하룻동안 싸인 피로가 모조리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주위를 살피며 그녀를 살며시 안아 주었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내가 사는거야!”
밖에서 애정행각에 몰두하고 계시는 커플
카운터에서 속히 복귀하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사랑은 집에 가서 확인하시고
얼른 속히 제자리로 돌아오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안들어오면 문 열고 영화개봉합니다.
영화개봉박두!
셋
둘
하나...
문이 열리려는 순간 희철은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짖궂은 은규는 웃으면서 마이크에 대고 떠들었다.
손에 들고 있는거 혼자만 먹으면 욕심쟁이!
뚜껑을 열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검사받고 들어가세요!
은규는 희철을 약올리며 웃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시선이 희철에게로 몰려 있었다.
당황한 희철은 뚜껑을 열고 초콜릿을 공개했다.
촘촘하게 담겨있는 하트 초콜릿을 바라보며 다들 아우성이었다.
얼른 초콜릿 상자를 들고 주방으로 도망갔다.
짖궂은 은규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골탕먹일 방법이 없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부엌으로 줄행랑친 에비신랑을 위해서 노래 한 곡 선사합니다
이승철 형님의 ‘오직 너뿐인 나를’들려드리겠습니다.
오직 서로뿐이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영원히 사랑하길 기도하며 뮤직큐....
희철은 분한 마음이 한 순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디제이 박스로 다가가 은규에게 초콜릿 하나를 건넸다.
은규는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사랑의 징표를 남발하면 안되지!”
희철의 어깨를 툭 치며 웃어 보였다.
희서는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향했다.
혼자서 힘들게 일하는 하순에게 미안했다.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앞치마를 둘렀다.
희서는 밀린 설거지를 정신없이 하느라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