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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행복 긴 슬픔 9


BY 러브레터 2017-09-12

점심으로 떡국을 끓였다.

희서는 고기를 썰다가 그만 손이 베이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칼이 보이지 않아 손가락을 자른 것이다.

도마 가득 피가 흥건했다.

희철은 깜짝 놀라며 휴지로 그녀의 손가락을 감싸쥐었다.

휴지 가득 피범벅이 되었다.

깊은 칼자국이 그녀의 손가락에 선명하게 세겨져 있었다.

금방 피가 멈출 것 같지 않았다.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다.

피가 흥건하게 그의 어깨위를 적셨다.

바늘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쳐갈때마다 희철의 가슴은 아파왔다.

피범벅이 된 그녀의 손가락이 안쓰러웠다.

붕대를 감고 주사를 맞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붕대가 감긴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네가 자꾸 아프니까 내 가슴이 걸레가 되잖아!”

제발 아프지좀 마라!”

그녀는 울컥 눈물이 흘러 내렸다.

울고 있는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나 죽을 병 걸린거 아니니까 그만 울어!”

아직 할 일도 많은데 욕먹겠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 그녀를 다시 눕히며 말했다.

요즘 네가 많이 지쳐 있는 것 같다!”

이 기회에 영양제 하나 맞고 푹 쉬어!”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자꾸만 그의 얼굴이 안개속에 비쳐지는것만 같았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봐도 여전히 그는 안개속에 가려져 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요즈음 일이 바쁜탓에 오랫동안 안과를 가지 못했었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차마 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을 스쳐가는 불안한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어둠이 찾아왔다.

희철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채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직 링거액은 많이 남아 있었다.

링거를 다 맞을때가지 그를 쉬게하고 싶었다.

야윈 그의 어깨위를 어루만졌다.

그녀에게는 하나뿐인 든든한 버팀목이다.

기댈 수 있는 그의 어깨가 있기에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링거병을 받침대에 꽂아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거리마다 잊혀진 계절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이 벌써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녀는 그 마지막 밤을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는게 씁쓸했다.

언제 들어도 가슴을 적시는 그 노래를 창문 너머로 듣고 있었다.

겨울로 가는 스산한 찬 바람이 창문틈 사이로 스며들었다.

겨울로 가는 길목으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희철은 잠에서 깨어 그녀가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오늘이 10월 마지막 날이구나!”

주사 다 맞고 데이트해야지!”

그녀를 감싸안으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늦가을의 밤거리는 쓸쓸함이 가득했다.

이제 열흘후면 꿈에도 그리던 가게를 개업하는 날이다.

희철은 두 팔을 허공에 높이 들어올리며 소리 질렀다.

야호!”

이제 우리가 행복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

그녀의 주위를 한 바퀴 맴돌며 소리쳤다.

희서야!”

우리 죽을때까지 열심히 사랑하며 잘 살자!”

그녀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쳤다.

합체!”

!”

그녀는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는거야?”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마징가제트가 합체되는것처럼 우리도 이제 합쳐진거야!”

그녀는 무슨 말인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우리가 무슨 로봇이야?”

무슨 합체를 한다고 그래?”

더군다나 길바닥에서 뭐 하는거야?”

그녀는 주위의 시선이 창피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열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느라 난리였다.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그녀가 속삭였다.

이러다가 인터넷 스타 되겠다!”

얼른 가자!”

그는 더 신이 난 듯 소리쳤다.

이제 희철이와 희서는 부부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축하해 주세요!”

“1111일 가래떡데이에 우리 부부가 조그마한 분식점을 엽니다!”

복고풍 라디오로 음악도 신청하시고 맛난 떡볶이 드시러 많이들 오세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창피해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일 인터넷에 도배가 될걸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신이 나서 소리치는 그를 억지로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휘파람 소리와 부러움 가득한 환호성이 거리 가득 울려 퍼졌다.

집으로 가는내내 그녀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싱글벙글한 희철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 보았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싱글벙글이었다.

 

11월의 아침이 밝았다.

그녀는 눈을 뜨기가 싫었다.

도저히 컴퓨터를 켤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그런 그에게 화풀이를 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나서 그러냐?”

난 창피해서 죽겠구만!”

화가 잔뜩 난 그녀를 미소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 가게 잘 될거야!”

요즈음은 자기피할시대잖아!”

이제 두고 봐!”

역시나 인터넷은 어제 그 사건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희철은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보는내내 싱글벙글이었다.

그녀는 배게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렸다.

도저히 동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소리도 듣기싫어 귀도 막아버렸다.

다친 손가락이 욱신거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일곱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급하게 일어서다 그만 침대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

그녀의 외마디 비명소리에 놀라 그가 달려왔다.

다리를 삐어 통증이 심했다.

그녀는 너무 아파 눈물을 흘렸다.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발좀 보자!”

그녀의 다친 발은 많이 부어 있었다.

손으로 만질때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찜질을 해주었다.

그녀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울기만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상덕이었다.

오늘이 디제이 오기로 한 날이라 급히 나오란 전화였다.

희철은 그녀를 남겨두고 나가기가 불안했다.

내 걱정하지말고 얼른 가봐!”

자꾸 빠지면 욕먹으니까!”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가게에는 벌써 디제이할 사람이 와 있었다.

희철은 그를 보자 깜짝 놀랐다.

은규였다.

잠시 잊고 지냈던 은규가 디제이로 온 것이다.

대학시절 다운타운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였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나타난 것이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말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반갑다!”

잘 살고 있었구나!”

희철은 그의 손을 덥썩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디제이 박스를 둘러보던 은규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갖추어진 시설들이 그저 감탄스러울뿐이었다.

구하기 힘든 음반들이 빼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은규는 집에 모아 두었던 음반을 가지고 오기로 했다.

이제 개업일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희철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순은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새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기분이 너무도 설레었다.

오늘 메뉴도 떡국이었다.

맛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제와는 색깔이 다른 떡으로 끓였다.

떡국을 먹어본 은규는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진짜 맛있네!”

색깔도 굿!”

누구 아이디어로 하는거예요?”

희철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으시댔다.

이 위대하신 분이 발명하셨다!”

그런 희철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 허풍은 여전하구나!”

상덕은 웃으며 말했다.

저 사고뭉치가 한 것 맞아요!”

한참을 맛있게 먹고 있던 은규가 놀란 듯 물었다.

희서씨는 어디 갔어?”

그제서야 생각이 난 듯 희철은 앗차 싶었다.

발을 다쳐 누워있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하순은 떡국을 새로 끓여 그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곤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붕대를 감은 손가락이 안쓰러웠다.

그녀를 깨우기가 미안했다.

부어있는 발목에 차가운 얼음수건을 감아주었다.

그녀는 차마 앞이 보이지 않아 넘어졌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햇살이 눈부셔 뿌연 안개속처럼 보였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채 눈물이 흘러내렸다.

혹시나 눈물이 그에게 들킬까봐 이불을 뒤집어 썼다.

아무것도 먹지않은채 누워있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그녀를 깨워 떡국을 먹여주었다.

어제보다 더 핼쓱해진 그녀의 얼굴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녀는 도저히 떡을 넘길 수가 없었다.

자꾸만 목이 매어왔다.

젖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에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되고싶지 않았다.

마지막 기대 한가닥을 걸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불행은 그녀를 너무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망막세포변성입니다!”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그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기는 싫었다.

억장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요?”

시력을 잃게 됩니다!”

치료방법은 없는건가요?”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거죠?”

진행이 빨라지지 않게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평생!”

병원을 나서는 그녀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벽에 기대어 대성통곡했다.

무심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제 다시 찾아오는 행복을 가슴 가득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다.

 

 

하나님!제가 도대체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이렇게 크나큰 벌을 내리시는겁니까?

이제 맘잡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저에게는 행복하게 살 권리도 없습니까?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아픔은 주고싶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너무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왜 이런 처참한 선물을 전해줘야 한단 말입니까?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녀는 엉엉 울어버렸다.

더 이상 살고싶지 않았다.

살아야할 아무런 이유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행복을 무너뜨릴 자신이 없었다.

힘없이 거리를 거닐며 울먹였다.

봉지 가득 약을 사들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처참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희철이었다.

그의 전화번호를 보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목이 메어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전화벨은 쉴새없이 울려댔다.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태연한척 전화를 받았다.

이제 막 가게정리를 끝냈다는 전화였다.

어디냐고 묻는 그에게 차마 병원근처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에게 또 다른 아픔으로 상처받게 하고싶지 않았다.

자꾸만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울먹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차 왔다!금방 갈게!”

차가 왔다는 핑계로 전화를 금방 끊어야 했다.

목이 아프게 메어왔다.

다시 찾은 행복을 깨뜨리지 않으려 애써왔던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거리의 모든 것들이 우울하게 보였다.

뿌연 안개속에 가려진 상점들이 그녀를 슬프게 했다.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생수를 한 병 샀다.

가슴 가득 타오르는 울분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생수를 한 번에 모두 마셔버렸다.

차가운 물이 폐부 깊숙이 통증을 느끼게 했다.

가슴이 미치도록 아파왔다.

그녀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모든 것이 캄캄한 암흑속으로 타들어가는 비참한 현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편의점을 나왔다.

힘이 풀린 다리를 억지로 이끌고 거니는 거리는 지옥과도 같았다.

 

 

이제 개업일만 기다리면 된다!

지난 아픔 다 잊고 열심히 살아보자!

너로 인해 아파했던 지난 시간들 이제 다 훌훌 털어버리려고 해!

올 때 샴페인이랑 먹을 것 좀 사와라!

민아가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대!

네가 체리 쥬빌레 좋아한다고 그걸로 사오래

이제 땡땡이 그만 치고 다 같이 죽을 듯이 일하기다!

하순이가 화가 많이 났어

오늘 화끈하게 풀고 열심히 살아보자!

지난 시간동안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상덕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돌린 그가 고마웠다.

그녀로 인해 아프게 지냈던 시간들이 미안했다.

이제 그의 곁에는 하순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 하순의 선물을 사기위해 백화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른 백화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한 때는 명품에 열광하던 그녀였다.

하지만,희철을 만나는 순간부터는 그 욕심을 버렸다.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눈부셨다.

그녀는 갑자기 눈을 뜨기 힘들만큼 시리고 아파왔다.

감았다가 다시 떠보아도 눈이 아파 서있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병에 걸린걸 실감할 수 있었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그 병을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의사 말대로 썬글라스를 끼고 다녀야할 것 같았다.

썬글라스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멋으로만 샀던 썬글라스를 병 때문에 사야한다는게 가슴이 아팠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목이 메어 도저히 썬글라스를 고를 수가 없었다.

돌아서 눈물을 억지로 닦고는 태연한척 매장을 돌아다녔다.

여름에만 써야하는 것이 아니기에 튀지않는 디자인으로 골라야 했다.

튀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겨울에 쓰기에는 무리인게 많았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물건을 고르면서 애를 먹기는 처음이었다.

어떤걸 골라서 써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느 계절에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썬글라스를 끼고 다시 액세서리 매장으로 향했다.

아까보다는 눈이 덜 부셨다.

오래간만에 구경하는 화려한 액세서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보석을 모으는게 취미였었다.

한 때는 탄생석 열 두 개를 모으는데 열을 올렸었다.

그런데,언제부터인가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희철을 만나고 나서부터 그 자체가 행복이었기에 잊고 살았었다.

화려한 귀걸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울을 보고 걸어 보았다.

우울했던 마음들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하순은 귀를 뚫지않아 사지 못했다.

목걸이를 선물하기로 했다.

그녀는 목걸이도 하나 사고 싶었다.

다이아가 박힌 목걸이 하나를 골랐다.

화순의 목걸이도 같은걸로 골랐다.

백화점을 나서는 길은 촉촉한 빗방울이 적시고 있었다.

겨울을 알리는 빗소리가 슬픈 가슴에 메아리쳤다.

영화나 드라마속 주인공만 걸리는 병인줄 알았던 그 병이 걸릴줄은 미처 몰랐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쩌면 다시는 보지못할 추억의 흔적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눈물 젖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자욱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희철의 가슴을 아프게 한 죄값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받아야할 벌을 받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녀로 인해 아프게 살아온 시간들을 똑같이 아파하며 사는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만 싶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들을 수 없게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아 보았다.

너무도 무서운 암흑만이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야 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꿈이길 바랬다.

차라리 벌을 받아야 한다면 다른 벌을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싶었다.

그녀는 벽에 간신히 기대 울부짖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어디선가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가 들을 때까지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기 싫었다.

차라리 지금 그대로 세상과 이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비에 젖은 몸으로 주저앉아 한참동안 흐느껴 울었다.

그녀앞에 누군가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