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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행복 긴 슬픔 7


BY 러브레터 2017-09-12

우리 민아가 아빠 우는거 다 봤구나!”

그런건 모른척해야지!”

아빠가 부끄럽잖아!”

민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친딸이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민아는 오랫동안 상덕의 품에서 떠나지 않았다.

상덕이 아빠라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

어린 가슴에 느껴지는 아빠의 빈 자리가 너무 힘들었었다.

상덕의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민아의 눈물이었다.

소리없이 흐느끼고 있는 민아가 안쓰러워 가슴이 메어왔다.

영원히 함께 해야할 소중한 딸을 위해 더 힘을 내야했다.

이제 더 이상 희서를 가슴에 담아 두는건 죄를 짓는 일이었다.

가슴에 안겨있는 소중한 딸을 위해서라도 망각의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했다.

이별을 위한 눈물이 뺨을 적셔왔다.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행복한 사랑을 위해 아픈 사랑은 지워야했다.

가슴을 짖누르고 있었던 그리움의 무게를 아프게 도려냈다.

그 빈 자리를 민아를 위한 자리로 채우려 한다.

하순은 한참동안 두 사람을 눈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상덕이 그렇게 쉽게 민아를 딸로 받아들일줄은 몰랐다.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다.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어 한참동안 흐느꼈다.

언젠가는 알아야할 일이란걸 알면서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상덕과 민아는 손을 잡고 웃으면서 하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눈물이 들킬까봐 얼른 손으로 닦았다.

억지로 태연한척 하며 웃어 보였다.

기분 좋은 날 왜 울어?”

상덕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엄마가 너무 좋으니까 감격해서 우나보다!”

민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하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민아를 안아 올렸다.

그래!엄마가 너무 좋아서 울었어!”

민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가게로 들어서려는 발걸음을 멈추어야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방해할 수 없었다.

희철은 희서의 입술에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맹세하며 와인잔을 마주댔다.

얼굴 가득 베어있는 행복이 부디 영원하길 기도했다.

상덕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것만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참아야하는 눈물이 눈치없이 다시 눈가를 어지럽혔다.

차마 민아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억지로 삼켜야했다.

목줄기를 아프게 타고 흘러 침조차 삼킬 수가 없었다.

민아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하순이 붙잡았다.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코에 대며 민아를 달랬다.

민아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버렸다.

심술을 내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순은 혹시나 분위기를 망칠까봐 투덜거리며 나와버렸다.

민아는 하순을 한참동안 째려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순은 민아의 손을 잡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과자를 사주면서라도 맘을 풀어줘야했다.

예쁘게 포장된 초콜렛을 보자 민아가 소리쳤다.

!초콜렛 예쁘다!”

이거 삼촌한테 선물하면 안될까?”

하순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자 가득 하트 초콜렛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선물해 드려!”

먹고싶은 과자 골라봐!”

민아는 신이 난 표정으로 초콜렛을 가슴에 안고 가게를 한 바퀴 돌았다.

커다란 봉지 과자와 딸기 우유를 골랐다.

민아는 딸기우유를 좋아했다.

흰 우유를 먹으라고 혼을 내도 민아는 막무가내였다.

편의점을 나오자 민아는 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와인을 마시던 희철은 놀란 표정으로 민아를 바라보았다.

민아는 초콜렛을 내밀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희서는 초콜렛을 받아들며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마워!잘 먹을게!”

희철은 문득 그녀가 선물해준 하트 초콜렛이 생각났다.

아직도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그녀가 처음 전해준 사랑의 선물이기에 입안 가득 베어있는 듯 감미로운 느낌이다.

눈을 감고 잠시 그 시간속으로 돌아갔다.

언제 떠올려도 그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민아는 그런 그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빠!삼촌이 내 선물에 너무 감격했나봐!”

상덕은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보다!”

민아는 초콜렛 하나를 꺼내 희철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삼촌!이거 먹고 힘내!“

희철은 민아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미소로 대답했다.

민아덕분에 삼촌이 갑자기 힘이 솟는데!”

팔을 걷어 근육을 자랑하며 말했다.

민아는 신이 나서 근육에 매달려 장난을 쳤다.

희철은 민아를 놓치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주었다.

신이 난 민아는 그네를 타듯이 흔들어댔다.

희서는 그런 민아의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에 담았다.

정겨운 까페 분위기도 함께 담았다.

오랜만에 상덕의 환한 미소를 보는 마음이 아려왔다.

오랜 시간 아프게 했던 죄책감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희철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헌신적으로 잘 해주었던 상덕을 져버린 죄책감에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순으로 인해 다시 행복을 찾았기에 마음이 흐믓했다.

 

희서는 불량식품 사이트를 검색하며 추억의 군것질들을 살펴 보았다.

언제 보아도 그리운 먹거리들이었다.

없어진줄 알았던 추억의 먹거리들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달라진건 시대에 따라 변한 가격표뿐이었다.

그녀는 너무도 반가워 입가에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밭두렁,돌사탕,쌀대롱,라면땅,신호등 사탕,,,,

모두가 너무도 그리운 군것질거리들이다.

옆에서 음반을 정리하던 희철도 반가워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어머!아폴로도 있네!”

백원에 백개 들어있었는데 양이 반도 안되나봐!”

희철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빨대에 들어있는 아폴로를 이빨로 긁어 먹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많이 들어있어서 신이 났다.

아껴 먹으려고 봉지를 손으로 움켜쥐며 침 흘리고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 동네 문방구 난로에 구워 먹던 쫀드기는 정말 맛있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쫀드기를 가늘게 찢어 먹는 재미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백원에 네 개 하던 돌사탕을 주머니에 가득 담아 하나씩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신호등 사탕이 처음 나왔을 때 진짜 신호등이랑 색깔이 똑같아 신기해했었다.

구슬껌을 색깔별로 하나씩 씹어보느라 턱이 아팠던 기억도 떠올랐다.

커다란 잉어 모양 사탕을 뽑으려고 엄마 몰래 저금통 털어 뽑았던 생각도 났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꽝만 나왔는지 웃음만 났다.

커다란 잉어 한 번 뽑으려고 기를 쓰고 뽑기에 매달렸던 모습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일주일내내 잉어를 뽑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연구하던 생각에 미소가 번졌다.

강낭콩,숏다리,발바닥 사탕,뽀빠이....

너무도 그리운 과자들이다.

희서는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달고나가 눈에 띄었다.

제일 반가운 이름이었다.

하나 더 먹으려고 침을 발라 열심히 모양을 뽑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리 뽑기가 힘들었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조심해서 뽑아도 꼭 마지막에 가서는 뚝 부러지고 말았었다.

콧물까지 흘리며 한겨울에 열심히 모양따라 잘라 먹었던 재미를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집에서 해먹는다고 국자 여러개 태웠던 기억이 났다.

희철은 국자 태워먹고 참 많이 혼났었다.

새로 사다 놓기가 무섭게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볶기 아저씨는 안태우고 잘만 하던데 항상 불만이었다.

젓가락에 붙어 있는 달고나 굳을새라 열심히 핥아 먹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언제 떠올려도 재미있고 돌아가고픈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희서는 못난이 인형을 무척 좋아했었다.

못생긴 인형이 왜 그렇게 좋았었는지는 모르겠다.

반가운 마음에 사려고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비싼 가격이 망설이게 했다.

가게 소품으로 사기에도 너무 비쌌다.

기왕 시작한거 제대로 꾸며놔야지!”

희철은 못난이 인형을 종류별로 모두 구입했다.

하나는 희서에게 주려고 생각중이다.

추억의 먹거리들을 모두 구입하고 나니 갑자기 배가 부른 느낌이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희철은 딱따구리 과자가 없는게 아쉬웠다.

그 시절 50원하던 기억이 난다.

꽃모양 과자였는데 참 좋아하던 과자였다.

어느덧 창밖은 환한 햇살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희서는 책상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그녀를 침대에 편하게 눕혔다.

며칠새 그녀의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

언제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에 위안이 되었다.

잃었던 행복을 다시 찾아가려는 그녀가 사랑스러웟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정리하다만 음반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새벽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가게 소품들을 구입하기로 한 날이다.

상덕은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식품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가게에 어울리는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헌 책방에 들러 오래된 잡지들을 구입했다.

그 시절 유행하던 가수들과 연에인들을 모아 벽에 붙이려고 한다.

영화 포스터도 구입했다.

그 시절 하이틴 스타들은 모두 어떻게 변해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책받침에 자주 등장하던 연예인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때는 연예인 책받침이 유행이었다.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인기있었던 연예인 사진을 오려 코팅을 했다.

다시 학창시절속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추억의 소품들을 가슴 가득 안고 인쇄소로 향했다.

지난번에는 열어놓았던 인쇄소들이 셔터문을 내린채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엇다.

상덕은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가 보니 셔터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다.

문을 세차게 두들겨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문을 닫은지 오래된 것 같았다.

전화를 걸어 보아도 착신금지로 나왔다.

상덕은 셔터문을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문을 닫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며칠동안 전화를 받지않는게 수상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 알고 지냈기에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경기에 여러 사람들이 상덕의 발등을 찍고 멀어져 갔다.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가게 개업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대책이 서질 않았다.

희철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골목을 서성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다른데서 다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후회해 보았자 소용이 없었다.

대책을 세우는게 시급했다.

인쇄소를 다시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믿고 맡긴다는것도 불안했다.

언제 망해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작업을 믿는다는게 불안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은 때에 믿고 맡긴다는건 모험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상덕은 한참동안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희철은 담배연기만 허공에 날리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선금을 치르고 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피같은 돈이 날아가 버렸다.

상덕은 이를 깨물며 고함을 질러버렸다.

아악!!!!”

잡히면 가만 안내버려둘거야!”

그동안 내가 밀어준게 얼만데 나를 이따위로 배신해!”

잡히기만 하면 죽여버릴거야!”

상덕은 애꿎은 벽만 주먹으로 내리치며 이를 갈았다.

희철은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며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담배를 벽에 패대기치며 울부짖었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발로 짓이기며 분을 삭혔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상덕은 수소문을 하기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지만 허탕만 쳤다.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았다 해도 말할 수가 없었다.

상덕의 무서운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대책이 서지 않았다.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울분을 삭이지 못해 애꿎은 담배연기만 내뿝을뿐이다.

벽을 내리친 손가락 사이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다.

아픔도 느낄새 없이 상덕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어지럽혔다.

희철은 눈물을 글썽이며 상덕의 피로 흥건한 손을 바라보았다.

가지않으려는 상덕을 억지로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상처가 너무 깊어 수술을 해야만 했다.

주먹을 너무 세게 내리쳐 손가락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으스러진 뼈를 수술하기가 까다롭다며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희철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하순에게 전화를 했다.

하순은 눈물을 흘리며 병원으로 달려왔다.

수술실 문밖에서 기다리는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희철은 수술이 끝날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눈앞에 다가온 개업을 위해서 다시 인쇄소를 알아보아야 했다.

병원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혹시나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쇄소로 달려가 보았다.

문은 여전히 굳게 잠긴채 미납된 고지서들만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을뿐이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공허한 하늘위로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멀기만했던 행복으로 달려가는 길이 아픈 상처로 얼룩져야했다.

희철은 고개를 숙인채 눈물만 떨굴뿐이다.

긴 한숨을 쉬며 셔터문을 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제 내일이면 영원히 닫혀질 가게문이었다.

마음이 불안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골목을 누벼보아도 그를 맞이하는건 닫혀진 셔터문뿐이다.

가게문이 열려 있어도 내일이면 폐업신고를 할 가게들이었다.

그는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만 싶었다.

머리를 쥐어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고함을 질렀다.

무엇을 어떻게 원망해야할지도 알지못했다.

홧김에 킬라 프린트로라도 인쇄를 하고 싶었다.

눈물을 닦고 전자 대리점으로 달려갔다.

가장 크고 가장 좋은 칼라 프린터를 구입했다.

잉크도 충분히 사서 집으로 향했다.

갑작스런 프린터기에 희서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인쇄비 가지고 도망가버렸어!”

그래서,급한 마음에 산거니까 너무 나무라지는 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눈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에서 그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상자를 뜯어 설명서를 본후 설치에 들어갔다.

그녀에게 사용방법을 설명해 주면서 백장을 인쇄하라고 말해주었다.

잉크가 많이 들고 전기세가 많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다른 인쇄소를 찾아보려고 해도 다 내일이면 없어질 가게뿐이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한 번으로는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어 덜컥 겁이 났다.

그런 그녀를 잘 알기에 종이를 넣어 인쇄를 하면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는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작동법을 배웠다.

잉크를 끼우는 방법도 배웠다.

다행히도 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혼자서 백장을 인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나 기계가 고장날까 겁이 나 잠시 껐다가 다시 켜곤 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꿈이 사라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

프린터를 어루만지며 그녀는 속삭였다.

네가 우리의 꿈을 다시 살려주었구나!”

프린터위에 입을 맞추었다.

다시 프린터를 켜고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내렸다.

희철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을 끝낸 상덕은 잠이 들어 있었다.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던 하순은 그를 보자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네요!”

저 인간이 아직도 성질 못고쳐서 한쪽 손 못쓰게 생겼어요!‘

신경이 살아날지 어떨지는 더 두고 봐야한다네요!”

그는 그저 한숨만 나올뿐이었다.

울분을 삭히다가 애꿎은 손만 못쓰게 되어 가슴이 답답해왔다.

붕대로 둘러싸인 상덕의 손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지난 힘든 시간을 함께 해온 그 손이 이제는 병들어 버렸다.

상덕은 눈을 뜨고 흐느끼는 희철을 바라보았다.

아직 내 손 병들지 않았어!“

그러니까 날 장애인 취급하지마!”

그는 화가 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희철은 상덕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그래!알았어!”

의사 선생님도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니까...”

희망을 가져보자!”

희철은 상덕을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

상덕은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너무도 믿었던 사람들이 상덕을 배신했다.

상덕은 그 배신감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봉식이 그렇게 사라질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장 힘이 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던 사람이었다.

소주 한 병이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부담없는 사람이었다.

상덕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그 믿지못할 일이 현실이 되어 상처로 남아있다.

붕대가 감긴 손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울부짖었다.

손을 못쓰게 된것보다 더 아픈 가슴을 달래기가 힘들었다.

하순은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이제 시작된 행복에 금이 가고 있는걸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부디 상덕의 손이 다시 회복되길 기도하는것밖에는 해줄게 없었다.

하순은 집앞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다행히도 교회문은 열려 있었다.

예배실에 앉자마자 통곡을 하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어렵게 찾아온 행복입니다

부디 이 행복 깨지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당신의 사랑이 상덕씨의 아픈 손위에 축복으로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아픈 손에 기적을 불어넣으시어 예전처럼 다시 움직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원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 소중한 사람이 아픔으로 고통받지않게 하여 주옵소서!

방황의 끝에서 찾아온 세 식구의 행복을 지켜주옵소서!

딸이라 말하지 못하는 저의 아픔 헤아려 주옵소서!

그 사람이 힘들어할 때 짐이 되기 싫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되기는 싫었습니다.

저의 이런 못된 마음이 죄가 된다면 고백하겠습니다.

부디 아픈 그 사람의 손위에 당신의 손길이 닿아 낳게 하여 주옵소서...

 

 

하순은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흐느껴 울었다.

교회문을 나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렵게 다시 찾은 행복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상덕과 영원히 행복하고만 싶었다.

미소 가득한 민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라는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웃음짓는 철부지 딸이다.

그런 민아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할까?

머릿속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집까지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문앞에서 털썩 주저앉아 한참동안 흐느꼈다.

희서는 그런 그녀를 부축해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둔 따뜻한 카모마일차 한 잔을 마시게 했다.

마시면 마음이 진정될거예요!”

미리 걱정하지 말아요!”

아직 검사결과가 나온것도 아니잖아요!”

그녀는 하순의 떨리는 손을 어루만져 주며 위로했다.

따뜻한 차가 온몸 가득 퍼져오며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고마워요!”

하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상덕에게 가져다 줄 죽을 끓이기 위해 냉장고문을 열었다.

가스렌지위에서 죽이 끓고 있었다.

희서는 사골국물에 고기죽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고마웠다.

하순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목이 메어 차마 고맙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울고 있는 하순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그녀가 말했다.

너무 미안해 하지마요!”

이제 우린 한 식구나 마찬가지예요!”

죽이 다 끓자 보온병에 담았다.

미리 깎아 담아놓은 과일을 밀폐용기에 담았다.

시계를 보니 민아가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었다.

병원에 먼저 가보세요!”

민아는 내가 데려올게요!”

그녀는 보온병과 밀계용기를 가방에 담으며 말했다.

하순은 젖은 눈으로 인사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민아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민아는 신이 나서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오늘 민아 재미있었나보네!

민아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이모가 맛있는 것 뭐 사줄까?”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물었다.

민아는 신이 나서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는척했다.

어제 우리반 짱구녀석이 페밀리 레스토랑 갔었다고 자랑했어!”

난 한 번도 못가봤는데 약올리잖아!”

그녀는 민아를 번쩍 안아 올리며 말했다.

그럼 페밀리 레스토랑에 갈까?”

민아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차를 가져온 기념으로 페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민아는 가는내내 노래를 부르느라 신이 나 있었다.

그런 민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젖어 있었다.

차마 상덕이 아프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민아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아빠를 잃는다는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민아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 그녀에게 물었다.

아빠랑 엄마는 어디 갔어?”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민아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 오랜만에 데이트하러 가셨어!”

금새 민아의 입이 삐져 나왔다.

어떻게 나 혼자 두고 데이트하러 갈 수가 있어?”

엄마,아빠 미워 죽겠어!”

민아는 한참동안 투덜거렸다.

상덕에게 전화를 한다며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때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었다.

차를 잠시 세워두고 민아를 달래야 했다.

민아야!엄마 아빠 데이트하는데 방해하면 안되는거야!”

민아는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왜 안되는건데?”

그녀의 핸드폰을 억지로 빼앗아 상덕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상덕은 전화를 받았다.

민아 목소리에 당황하며 애써 태연한척 했다.

민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나 혼자 두고 데이트를 할 수가 있어?”

민아는 가족 아니야?”

그런거야?”

상덕은 민아의 우는 소리에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희서는 핸드폰을 빼앗아 상덕을 진정시켰다.

페밀리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거 사주려고요!”

걱정말고 데이트 잘 하세요!”

민아는 여전히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녀는 울고 있는 민아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어루만져 주었다.

엄마 아빠도 둘만 있고 싶을때가 있는거야!”

민아도 커서 결혼하면 아마 그렇게 될걸!”

눈물을 닦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말했다.

나 배고파!"

언제 페밀리 레스토랑에 가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