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깔려있어야 할 곳인데, 저게 뭐지?...낯선 식물이 자라고 있다.
꽃과 나무에 미쳐 살기로 했으니 관심이 가는 식물을 발견하면 확인해봐야 한다.
자동차를 멈추고 살펴보니, 흔히 보던 잡초인데 색깔이 다르고 만져보니 무척 부드럽다.
잡초와 같은 종류이니 생명력이 강하고, 거기에 흰빛이 돈다는 것은 가뭄에 더 강하다는 뜻이다.
바로 내가 좋아하고 찾는 식물이다.
이런 식물을 발견한 날은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 된다.
내가 다니던 꽃집에서 파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구하지?
딸 친구 제니퍼랑 같이 간 식당 앞에서 다시 그 녀석을 만났다.
벋어가는 줄기를 살짝 들쳐보니 뿌리가 보인다.
줄기를 잘라 심으면 뿌리를 쉽게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에라, 모르겠다. 밥 먹고 팁도 두둑히 주고 왔으니 살짝 한줄기 잘라가야지.
도둑질이라도 할 수 없다.
꽃과 나무에 미쳐 살기로 했으니 도둑질도 불사한다.
그렇게 한줄기 훔쳐다 시작한 녀석인데 해를 거듭할 수록 번지고 또 번져 군락을 이루었다.
한 삽 푹 퍼서 여기도 주고 저기도 주고...그래도 넘쳐난다.
꽃은 잎사귀에 가려 보이지도 않지만 바라볼 수록 이쁘다.
꽃밭 사이에 연못 하나가 있는 것같이 보여,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화려한 꽃만 이쁜 것이 아니다.
키가 크지 않아도, 꽃이 보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쁠 수 있다.
나는 내 삶도 그렇기를 바란다.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삶이었으면 좋겠다.
나를 바라보면서 누군가 마음이 여유로워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더위에도 가뭄에도 강한 이 풀처럼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