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아이가 된다
“엄마 어디 계세여~^^”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받은 막내아들의 문자다. 서둘러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금새 나갈 차비를 하고 섰다. 일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거 형수가 부탁해서 갖고 왔어요. 잠깐 둘르려고 했는데 엄마가 없어서….”
형수의 부탁으로 들고 왔으니 엄마는 열어보지도 말라는 듯 쇼핑빽은 견고하게 잠겨 있었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라 선물한다고 사다 달라해서요. 초코렛이예요.”
일제 초고렛이 왜 필요한 지는 묻지 않아도 알만하다. 아무리 법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찝찝하고 그렇다고 거금을 쓰는 것도 찝찝하다. 생각해 낸 것이 일제 초코렛인가 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몫은 없다. 아무리 스승의날 선물이라 하드라도 나도 초코렛을 좋아하는데. 기십만 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도 아닌데 하나 더 꾹 찔러 와도 좋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다고 내 것을 찾아 챙길 상황도 아니어서, 묻지도 못하고 아들을 보냈다. 자꾸만,
“거기 엄마 것 따로 챙겼어요.”할 것을 잊었나 싶어서 두리번두리번. 그러나 보이질 않는다.
섭섭하다. 자꾸만,‘엄마도 초코렛 좋아하는데…’소리가 목젖을 밀고 나오려 한다. 또 막내 근성이 발동을 한다.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말이지. 공연히 애꿎은 며느님 탓만을 한다. ‘값을 따져 주고 받을 사이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고….휴~. 돌아가신 치정엄마 생각이 난다. ‘애들 입이나 어른입이나 다똑같다.’고 말씀하셨지. 아이들 챙길 때 시어른도 챙기라고.
다음 날 아침 며느님이 왔다. 초코렛을 챙기러 온 것이다. 쇼핑빽을 열더니,
“이건 어머니 거예요.”하고 초코렛 상자 하나를 내 코앞으로 내민다.
“선생님 선물이라면서. 선생이 하나 둘이냐. 돌르다 모자랄라. 나중에 남으면 다오.” 내가 생각해도 가증스러웠다. 며느님마저 그냥 집을 나섰으면 퍽이나 섭섭해 했을 것이면서.
“고맙다. 잘 먹을 게.” 그냥 말없이 싸들고 나가도 할 일 없지 않은가.
“서방님이 사 온 건데요, 뭐. 호호호.” 오잉?! 그랬어? 그럼 그렇지. 그냥 입 씻고 말 아이가 아니지. 내가 자꾸만 한심하다. 작은 초코렛 하나에 목숨 건 사람같이…. 어른이. 늙은이가. 참 못났다. 이건 막내 근성이 아니라 지질이 궁상이다.
보림아~!
할미가 와이리 못 났다냐. 키다리아저씨한테나 하던 응석을 막내아들한테도….
39살 막내의 초등학교 적 그림일기= 꼭 내 마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