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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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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


BY 만석 2017-05-05

오늘은 어린이날

 

며느님의 핸폰이 노래를 한다. 혹 늦잠 자는 걸 깨우나 싶어서 늦은 시각에 전화를 걸었다.

예 어머님.”

보림이 일어났나?”

.”

바꿔라.”

 

할머니!”아구. 예쁜 것이 목소리도 옥구슬이다.

아빠 출근했어?”
아니요. 빨강날이라 출근 안했어요.” 빨강날인 건 나도 알지.

그럼 오늘 어디 가나?”

. 영화구경 간대요.” 벌써 기분이 방방 떠버린다.

 

아침밥을 먹었느냐고 물어야 하지만 그건 며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담감을 가질 테니까. 모처럼의 휴일엔 며느님도 늑장을 좀 부리고 싶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이해를 하겠으나 내가 시어미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는 말이지. 먹었다는 말을 들으려면 아이가 거짓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안 먹었다 하면 게으른 며느님이라 탓할라 싶지가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럴 땐 그냥 넘어가는게 현명한 처사다.

 

~! 보림이는 참 좋겠구나.”

오늘 어린이날인데 보림이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할머니가 선물을 못 샀거던?”

. 괜찮아요.” 말은 그리해도 금새 기분이 주저앉은 게 보인다.

그래서 이따가 극장 가는 길에 할머니 네 들러. 할머니가 선물값을 줄 테니까 영화 구경하고 오늘 길에 엄마랑 아빠랑 보림이가 사고 싶은 거 사.” 아이는 금새 기분이 엎 된 게 보인다.

 

손주가 여럿인 친구가 말했다.

난 어버이날 수금할 만큼만 쓴다구. 손해 볼 일은 안 하지!” 하하하. 따는 그렇겠다. 아이들의 수준이 옛날 같지 않아서 손주가 많은 사람은 적잖은 경비를 쓰게 되겠다. 큰 딸아이 네 손녀들은 대학생이니 어린이날을 챙길 건 없고 막내 딸년은 그나마 아이를 안 가진다 하니 한 부조를 한 셈일세. 둘째 아들의 손주와 보림이만 챙기자 하니 수월킨 하다.

 

작년의 어린이 날. 보림이 네 세 식구가 영화구경을 간다 하기에 내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보림아~. 할머니도 영화구경 가고 싶은데 보림이 따라 갈까?”

.” 아이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 식구는 아닌데 그렇다고 남도 아니니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가자고 하기도 어설프고. 아이는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더니,

아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할머니도 가세요.’하면 되지 울기는 왜 울어며느님이 나무라자 보림이의 답이 걸작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진짜 우리 식구가 아니라고 했잖아.”

섭섭했다. 아이에게 섭섭한 게 아니라 그리 말을 가르친 며느님에게 섭섭했다.

아니지. 어미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 일게야.’

섭섭은 나중이고 우리는 우선 보림이를 달래느라고 한참을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보림아~!

즐거운 어린이날이 됐으믄 조컸다. 재밌게 구경하고 저녁도 맛있는 거 먹고 오니라이~.

근디 할아버지랑 할미도 영원한 보림이네 식구로 낑가 주라이~^^

 

 요렇던 보림이가 이젠 제 반에서 제일 커여~^^

오늘은 어린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