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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


BY 낸시 2017-04-21

미국 남자와 재혼해서 사는 한국 여자가 같은 골목에 있었다.

남편이 40살이 된다고 깜짝 파티를 준비한단다.

미국 사람들은 40살이 되는 생일을 over the hill이라고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내 나이 40이 넘으니, 왜 40을 over the hill이라고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흰머리도 나기 시작하고 시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이제 내 인생이 내리막길을 가는구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음을 깨달으니 죽음이 멀지 않음도 절로 느껴지더라

이렇게 살다 가는구나...

그런데 나는 뭘하고 살았지?

 

꿈이니 야망이니 그런 것은 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결혼해서 아들 낳고 딸 낳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렇게 사는 것에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인생이 이렇게 끝난다고 생각하니 좀 허무하다.

뭔가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는 뭘 좋아하지?

그런 의문 끝에 얻은 답이 꽃과 나무다.

그래, 맞아. 나는 대학도 농대를 가고 싶어한 적이 있지.

맞아, 맞아...농사꾼 부모를 따라다니며 하던 농사일이 재미있었어.

할아버지가 가꾸던 꽃밭 생각도 났다.

붕붕거리며 꽃에 모여들던 벌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평화로웠는데...

맞아,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

 

꽃과 나무를 가꾸려면 땅이 있어야 한다.

남의 집만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살았는데 내 땅이 있을 리 없다.

땅이 생기길 기다리다 또 세월이 훌쩍 갈텐데...세월이 간다고 땅이 생길 거란 보장도 없는데...

에라...남의 땅이면 어때...아무 땅에나 심자.

남의 나라 남의 집에 내 돈 들여,  꽃 사고 나무 사고 흙도 사고...미친 짓을 시작했다.

아이들 학교가는 시간에 같이 나와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뜰에서 살았다.

겨울까지 극성인 휴스턴 모기떼도 내 미친 짓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이사를 해야 한단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워싱턴 D.C로...

 

이사를 간다하니 앞집에 살던 노부부가 섭섭해 한다.

자기네가 가졌던 이웃 중에 내가 제일 좋은 이웃이었다며 눈물까지 보인다.

좋은 이웃? 내가 뭘 했는데...

마주치면 웃고, 하이...한 것 밖에 없는데...

노부부가 그곳에서 삼십년 넘게 살았는데 우리집 잔디가 그리 파란 것은 처음이었더란다.

뭐야, 그러니까...내가 좋은 이웃인 이유는 뜰을 잘 가꾸었다는 것이었어?

내가 좋아서 한 짓인데... 좋은 이웃 노릇이 되었다니... 뜻밖의 소득이다.

사실 나는 좀 비사교적이고 까칠하다는 평을 듣는 사람인데 이렇게도 소통이 가능하다니...ㅎㅎ

 

이삿짐을 싸서 실려보내고  그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한 일은 꽃밭에 물주기였다.

잘 있어라...

이렇게 꽃과 나무가 내 삶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