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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야 부자다


BY 만석 2017-04-17

배가 불러야 부자야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부지런한 이들이 들으면 웃겠다. 아침 일곱 시가 내게는 엄청 이른 시간이니까. 아침밥을 찾는 이도 없거니와 이른 출근을 해야 할 사람도 없으니까. 아홉시 예약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게다가 혈액검사라 하니 금식을 해야 하지 않는가.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요술에 걸린 듯 열이 나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건 무슨 조화인고. 하루 이틀이면 그냥 봐 줄만도 하다마는 제법 오랜 날의 일상이다. 이렇다 하니 병원에서 가장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하자 해서 날 잡아 금식을 하고 줄행랑.

 

늑장을 부리다가 아차차 예약 시간이 빠듯하겠다. 다른 날 같으면 영감이 따라나설 것이나 기척이 없다. 바람처럼 거실을 가로지르는 마누라를 시선으로 뒤따르며 어디 가느냐는 눈치다. 며칠 전 일렀으나 까서 잡수(?)셨나보다. 그럴라치면 차라리 어디 가냐고 물어나 보시지.

 

, 이러구 가도 되나?”수면 츄리닝을 입고 있다가, 따라 나서도 용서가 되겠느냐는 소리다.

뜸 들면 밥이나 자셔요.”무척 미안한 모양이다. 그렇긴 하겠지. 이제 생각이 난 모양이니까. 병원을 혼자 가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다.

 

어제 저녁을 일찍 해 치우고 아침도 금식을 했더니 기운이 없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선구이메뉴가 걸린 식당이 눈에 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점심시각이라면 혼자라도 들어가겠다. 그러나 아침 시각이니 혼자 식사를 청하자면 집 나온 여편네 같지 않겠는가.

 

병원에서 집까지가 차를 탈만한 거리가 아니어서 타달타달 걷는다. 차라리 남편의 아침밥에 내 밥도 얹어 익힐 것을. 좀 식으면 어떨라구. 아니, 좀 곰살맞은 양반이라서 시간에 맞춰 고실고실 밥을 좀 익혀놓으면 어떨까. ~. 바랠 걸 바래야지. ~.

 

배가 고프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이 거리엔 빵집도 하나 없네. , 길거리에서라도 아구아구 뜯어먹을 용기도 있는데.”

가방에 잘 넣어 두던 사탕도 오늘따라 하나도 없네.’

 

~. 가진 거 없어서 배가 고팠더라면 눈물 났겠네.

참 재미없는 하루의 시작이었으나 배를 채우고 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역시 배는 부르고 볼 일이로구먼. 그러게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잖는가.

 

보림아~!

오늘 할미가 좋은 경험 했다니께. 금식 할 때는 가방에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여~.

이것도 막내 근성인갑다. 늘 누군가 챙겨줬으니께. 니네 엄마가, 니네 고모들이, ㅋㅋㅋ.


                              프로리다의 저녁노을(손녀딸아이의 졸업식에 다녀오는 길에 너무 멋져서 달리는 차 속에서 찰칵) 배가 불러야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