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君子)는 대로행(大路行)이라
흠씬 앓고 일어나니 무슨 벼슬을 한 것 같다. 영감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긴다.
“내가 들어다 줄게.”
“그건 내가 해 줄게.”
“저건 여기다 놓을까?”
하하하. 한 번 신나게 앓아봄직도 하다.
왜 아니 그렇겠어. 단 둘이 쳐다만 보고 살다가 죽겠다고 앓고 있으니 재미가 없었겠지.
‘이제 일어나면 내가 다 할거야.’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겠어? 마누라가 얼마나 아쉬웠겠어. 이것도 해 주고 저것도 해 주고. ‘입 속의 혀 같이’ 알아서 굴다가 ‘날잡아 잡수’하고 누었으니 좀 아쉬웠겠느냐는 말이지. 혹여, ‘이제 일어나기만 해 봐라. 내가 며칠 부려먹지 못한 거 다 갚아 줄겨.’하지는 않았으려나?
다른 집 남자들 같이 주방 일을 잘 하던 양반이라면 몰라도 이 양반은 내 기상이 적지 아니 반갑기는 할 것이다. 행주는 꼬깃꼬깃 걸레는 꼴도 안 보이고 렌지바닥은 죽물이 질펀하고…. 그래도 세탁기는 돌렸는지 구겨져 널려진 수건 꼬락서니하고는. 거 좀 탈탈 털어서 널었더라면 좀 좋았겠는가 말이지.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는 매일 요란하더니…. 석 삼 년은 쌓인 먼지인지 걸레질을 하니 바닥이 복실이 발바닥 같구먼(복실이는 우리 집 멍멍이다.).
“진지는 어떻게 하셨어요.”
“아빠가 누룽지 구수하게 끓여줘서 한 술 먹었다.”
“그래도 두 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제발 올케한테 가보라 소리 말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켈리포니아에 사는 딸아이와 버지니아의 딸이 번갈아 밥걱정을 한다.
“아직은 둘이 해결 할 터이니, 올케는 좀 더 아꼈다가 훗날 쓰 자” 달래 놓았다.
“아빠가 끓여주시는 게 받아먹기 편해.”
“올케가 보림이 때문에 바빠서 동동거리며 다녀가면 엄마 맘 안 편해.”
“이제부터는 아빠도 둘이 사는 법을 좀 가르쳐야 해.”
“아빠도 일러드리니까 제법 잘 하시던걸.”
이건 진실이다. 젊은 사람은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데 아직은 폐(弊)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이야. 그게 무슨 폐냐고 딸년들은 달려들 듯 항의하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닌 데에야 ‘폐’는 폐지. 이를 악물고 일어서자. 아직은 버텨보자. 이제는 작아졌지만, ‘그래도 영감에 위안을 삼자’ 허나, 당나귀라도 있으면 귀를 잠깐 빌리고 싶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아니. 나, 아직 아파요~! 정말 아파요~!”
보림아~!
외증조부 가라사대,
할미는 원래 군자(君子)라고~.
미국내 가장 큰 개인 주택- 카사노바성.(주택이 엄청나서 만석이는 보이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