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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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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로멘티스트


BY 만석 2017-03-25

영감은 로맨티스트

 

오래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쌓였다. 잠시 입국을 한 두 딸아이의 이야기며 학교에 입학을 한 손녀딸의 이야기가 태산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이런 이런. 눈치스러운 데가 적지 않다. 이렇게 쓰면 혹시 저렇게 이해를 할까? 저렇게 쓰면 이렇게 해석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성격상 그러라 하지.’할 수가 없음도 내 못난 구석이로고. 그저 영감의 이야기가 제일 만만하고 수월하니, 오늘도 영감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어야겠다.

 

그 용모에 로맨티스트까지? 그랬으면 당신 맘 고생 꾀나 했을 걸.”

영감이 좀 로맨틱했으면 좋겠다는 내 불만에 지인들이 하는 소리다. 글쎄다. 내 영감의 용모가 어떠한지는 몰라도 영감이 로맨티스트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곰살맞은 구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같은 뜻으로 말을 해도 좀 달콤한 분위기의 말이 있지 않은가 말이지.

 

요사이 둘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래서 영감을 살펴 볼 시간이 많아졌다.

오잉?! 내 남편에게도 이런 구석이 있었어?’하고 놀라는 일도 많아졌다. 꽃이 만개하면 내 눈에 잘 뜨이는 곳에 옮겨놓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나, 어항에 금붕어를 기를 것이라는 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일이다. 커다란 키에 곰실거리는 금붕어를 사들고 들어오는 그이를 맞으며 나는 왜 웃음이 터졌을까.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아닌가.

 

가구를 재배치해서 새 기분을 내는 일도 적지 않은 변화다. 세로로 깔린 거실의 카펫트를 가로로 늘어놓고는 보라는 듯 새 기분을 낸다. 창 밑에 놓았던 책상을 반대편 벽에다 옮겨놓고 흡족해 하는 건 차라리 어린아이 스럽다. 거실 창 밑에 나란히 놓인 화분을 베란다에 옮겨놓기도 하고 베란다의 티탁자를 거실에 옮겨 놓고 금실 보자기를 깔아 놓기도 한다. 게다가 손수 장만한 식후 커피를 대령하기도 한다.

 

누구는 그까짓 것으로 무슨 로맨티스트까지 찾느냐고 하겠으나, 내 키다리아저씨에게는 적지 않은 변화다. 충분히 로맨틱하다 할 변화다. 아니 변화가 아니라 이미 잠재 되어 있는 로맨티즘의 발견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다.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 을 찾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고, 손수 움직이니 더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변화를 준 모양새가 과히 눈에 설지 않으니 더 좋다.

 

내 영감이 이러구 저런다 하면 지인들이 말한다.

남자들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잔소가 는다네. 아저씨의 변화도 잔소리쟁이의 전조가 아닐까?” 그런데 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잔소리 쟁이는 아니질 않는가. 나는 그저 구경만 하면 되니까. 하하하

 

보림아~!

금붕어 보러 와라이~^^ 

                                               영감은 로멘티스트 

                                                                              <링컨기념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