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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닷컴과의 인연


BY 새로미 2017-03-21



인연이라는 말처럼 특별할 게 또 있을까.

우리는 사람 뿐 아니라 어떤 공간과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고,

때로는 그것이 삶의 상당부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내 삶의 여정 가운데 아줌마닷컴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나는 이곳을 찾았다.

아줌마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풍문을 따라 왔는데 참 다채로운 곳이라는 걸 느꼈다.

마음을 툭 털어놓고 무슨 이야기든 해도 되는 편안한,

새댁들이 쓰는 건넌방 같은 곳.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해도 괜찮고,

속상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곳.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야기해도 들어주고 공감하는 곳.

음식 만드는 이야기와 아기 키우는 이야기 등,

여인들의 수다가 늘어져도 좋은 곳.

그 가운데 내가 둥지를 튼 곳은 에세이 방이었다.

 

에세이 방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올렸다.

하나같이 진솔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서로를 다독거렸다.

그래서 닉네임보다 슬며시 언니 동생으로 호칭되기도 했다.

우물가의 아낙네들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는 넘치고 넘쳤다.

그러다 일 년에 한 번 아줌마의 날에 만나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처럼 친동기처럼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았다.

 

간혹 어떤 분쟁이 있기도 했으나 그건 마을에서도 있는 일처럼,

조금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진정되고 평안을 되찾았다.

더 친해지기 위한 전조증상이었다고나 해야 할까.

나는 눈을 뜨면 에세이 방을 찾았고 글을 읽으며 또 글을 썼다.

내 글쓰기의 습작은 바로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게 십오 년 이상 올린 글들이 450편을 넘었다.

그 가운데 60편을 다듬고 고쳐서 산문집으로 엮어 내놓았다.

이제 막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한 책이다.

2017년 3월 7일에 나왔으니 말이다.

최명숙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라는 제목의 작품집이다.

어릴 적 꾼 꿈 가운데 작가의 꿈을 이루는데

아줌마닷컴 에세이방의 공로는 크고도 크다.

 

아줌마닷컴 에세이 방의 공로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 함께 글을 쓰던 사이버작가들과

언니 동생으로 호칭하던 정겨운 이웃들도,

오래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그분들을 다시 모두 불러 모으고 싶다.

남의 삶에 관심이 없고 본인의 삶 챙기기 바쁜 시대에,

그처럼 정겹고 따뜻한 이웃을 어디서 만날 수 있으랴 싶기에.

 

책을 내놓자마자 반응이 좋다, 망설이고 또 망설였는데.

망설이면서도 나름대로 믿는 데가 있긴 했다.

에세이 방에서 보여준 호응과 공감, 그거였는데 적중했다.

이곳에서 글을 쓰고 읽고 댓글을 다는 분들 모두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믿었던 것이다.

 

이제 책까지 출간했는데 고마운 마음을 더 접어두면 안 되겠다.

황인영 대표님과 운영진에 깊이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하고,

글을 읽어주고 격려해주고 힘을 북돋아준 아줌마닷컴 식구들,

댓글을 달며 공감해주신 따뜻한 분들,

아무 말 하지 않으나 묵묵히 응원해주신 많은 사람들,

모두 모두에게 크나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

이제 나도 그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어줄 차례다.

좋은 글로 보답하리라 다짐해보며,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는다.

봄, 새롭게 시작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