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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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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가 더 낫다.


BY 길목 2017-03-18

흔히 바보상자라고 하는 텔레비전이 우리집에는 거실에 있다.

온가족은 거실에 모여 앉아 뉴스를 보고 드라마를 본다.

시어머니 방인 안방에도 텔레비전이 있긴 하지만 켜지 않은지 몇 년이 되었다.

시어머니와 딸이 방을 함께 쓸때 공부 방해된다고 남편이 안테나선을 빼서 감추었는데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다.

 

텔레비전이 가족간의 대화도 단절시키고, 아이들의 공부도 방해하고, 시력도 나빠지고.

등등으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상자라고 하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텔레비전은

그나마 착한 물건이 되었다.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은 한 공간에서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수 있고, 의견을 나누고

다툴수도 있지 않은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그외 다양하고 신기한 물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고

우리는 그것들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나온뒤부터 텔레비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뉴스를 보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물건을 사고.

각자의 방에 들어앉아 종일 있어도 폰만 만지작 거린다.

 

우리집에서 텔레비전은 안방극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람객은 주로 시어머니, 나, 남편 셋이다.

우리는 밥을 먹을때도 식탁에서 먹지 않고 상에 차려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는다.

상이 무거워 힘들기는 하지만 어른 셋 또는 둘이 딱히 대화거리도 없으니 뭔가를 보는게

낫다.

시어머니에게 건너 뛸수 없는 것은 일일드라마다.

매일 보는 연속극 7시부터 9시 30분 까지 각기 다른 체널의 3편이다.

 

시어머니가 안방에 계시면 남편이 시간 맞춰 큰소리로 시어머니를 부른다.

“어무이~ 영화보러 오이소”

 

드라마가 시작해도 나오지 않으시면 또 소리를 지른다.

“돈은 년말에 한꺼번에 내면 됩니더. 그냥 오이소~”

 

시어머니도 나오면서 장단을 맞춘다.

“고~오맙소~”

 

시어머니는 드라마를 완전 몰입해서 보시기 때문에 감정표현이 적나라하다.

악역에게는 “저 나쁜년 한 대 때리 주고 싶네” 하기도 하고

“못땠게 생긴기 그카면 니가 끝이 좋을줄 아나” 그러기도 한다.

남편은 “우리 어무이 열받아서 안되겠다 끄자”하면서 잠깐 꺼버리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나는 모든 프로를 그냥 보고 즐기는 편인데 남편은 자꾸만 평을 하려해서 나와 다투기도

한다.

드라마 내용이 어떻다느니 작가의 수준으로 보아 연령대가 어느정도 라느니..

뉴스를 볼때도 싫고 좋음이 어찌나 분명한지 줄기차게 욕 해가면서 보고.

음악경연, 오디션 그런 프로를 볼때는 그나마 별 의견차이 없이 즐기는 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컴퓨터를 쓸 일이 많고,

나부터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전자파는 두고라도 눈 때문에 걱정스럽다.

그러니 그나마 가족을 이어주는 바보상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더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