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나는 경제권을 다 넘겼다.내 월급통장 다 넘기고 용돈받기로 했다.그래봐야 뻔한 살림이지만 그래도 내 책임하에 매달 나갈 돈을 위해 애쓰지 않으니 살거 같다. 그는 안받겠다고 우겼지만.
부부로 살면서도 돈은 늘 각각이었다.난 늘 돈이 없었다. 나를 위해 한푼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은 늘 수중에 돈이 남아돈다. 혼자 적금도 하고 산다!! 내가 절대빈곤에 헤메고 있을 때도 그는 용돈 꼬박꼬박 챙겨갔고 그 돈으로 풍족(?)하게 산다. 그러며 늘 최고급만 찾는다. 또 외식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결재하는 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생색은 다 내고.. 어쩔 땐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또한 남편은 경제활동보다 본인의 취미생활이 우선인 사람이다. 프리랜스에 가까운 남편은 움직여야 돈이 되는데 그걸 일정 수준 이상은 안할려니 속이 탄다. 내가 아무리 돈이 없다 해도 믿지 않고 돈돈 그러는 나보고 그리 살지 말란다. 너무 세속에 물들었다고. 남편은 하늘을 바라보며 신선놀음 하는 사람이고 나는 땅을 보며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경제개념이 없는 그에게는 돈을 무궁무궁하게 버는 마누라가 필요한다.남편은 그냥 자리만 지켜도 좋을 그런 마누라.. 그런 의미에서 시댁 친척 중 하나는 정말 그리 산다. 무려 9살 연상의 그녀는 빌딩을 가지고 결혼했다. 남편은 아무것도 없는 인물만 잘난 총각인데 새댁은 스무살도 안돼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사업수완을 발휘, 그야말로 자수성가하여 결혼도 멋지게 했다. 지금은 같이 사업하며 아이들도 낳고 착실하게 산다. 평강공주처럼 남편 키우며 예쁘게 산다.
경제권 이양 오늘로 1주년이다.
결론 : 한마디로 잘 넘겼다.
여전히 자신의 용돈은 먼저 챙기지만 외식을 많이 줄였고 카드도 체크카드로 돌려 카드결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없앴다. 돈 없음 안쓰는 주의로 바뀌고 우선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개념 정도는 생긴거 같다. 물건 덤벙덤벙 사는것도 안하고 등등 알뜰한 당신으로 체인지 중.. 나도 남편을 키우는건가?
어머니 낳으시고 마누라 키우시고????
오늘도 난 남편 수고한다고 궁둥이 뚜드려준다. 매일 매일 숨쉬듯 돈이 들어가는 자본주의사회에 살면서 유난히 적응 못하는 그가 그래도 이만치 살려고 애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