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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오늘을 기념하는 새벽


BY 그레이스 예희 2016-11-04


아이ㅡ 잘 잤다.

창고같고
관 같은
방은
사방이 집 안에 있어
밖을 보려면
복도 끝이나 옥상 또는 1층의 현관 밖엘
나가야한다.
여름에 왔으니
벌써 몇달됐다.갑갑하지만
잠 자기엔 아주 좋다.

방안에 모인 쓰레기와
박스 몇개를
현관 밖에 내 놓고
스티로폼박스1를 발견해
사과모종화분으로 쓰려고 가져다가
큰 비닐봉투에 넣어뒀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벌써 부자다.

발아과정을 안 거치고
거피만하여 심어둔 사과씨앗 댓개는
잎이 벌어질 꿈도 안꾸는지 싹도 안난다.
속이 상해
패트병화분속에 종이컵 화분 3개를 옮겨버린지 며칠째다.

방안 작은 냉장고에서
생강저림을 몇개 넣어
주방 온수를 가지러갔더니
어느 방 청년인지가
라면을 끓여 정신없이 먹고있다.

살그머니 내 방에 돌아와 마시는 생강차 1대접은
꿀맛아다.ㅎㅎㅎ

오늘 아침,
아래층 치과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덩치 좋은 남자가 유리문 안으로 보이더니
주방에는
라면 먹는 덩치 좋은 또 다른 남자가 보인다.

아마도
1982년.
아픈 배를 빠져나와
추운데도 아무소리 없던 내 외아들의 생일인걸
아는 모양이다.

나 혼자 여기 사는데,
미역국도 끓이기 싫은 걸 아나 몰라ㅡ

생일케익도 수수팥떡도
안 했고
돈도 입금해 주지 않았다.

어렸을땐 내 말에 순응하며
조용히 살던 애였는데,
누가 무슨 바람을 불어넣었는지,
가끔 내게
매몰찬 말을 하곤 하는 걸 몇 해는
꾹꾹 참다가,
어느 해던가
나도 끝내 못 참고
제 하듯이 제게 해 버리고 돌아 와서는
신경을 끊었다.
아마도
남자들 ㅡ제 애비와 삼촌들 ㅡ이 잘 키우겠지~~!




매몰찬 말 할때 보면 영낙없이
나보다 3살 어린 여동생 년이다.
어려서 아랫도리 썩는 내를 진동하며 다니고
동내 이웃집 ,아버지 주머니,내 기성회비 봉투등
가리지 않고
돈 뒤져내 나가 사먹고 돌아다니던 그 가시내는,
1970년대 말 정도에
나랑 자취를 하면서도
제 월급은 어디쓰는지,
방세 1번을 내는 적이 없었다.
사치스런 물건은 사 들여
저 혼자만써도
나와 함께 사는 일엔 도통 관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남들은 다들 그애에게만 신경을 쓰고
나를 나쁜년으로 치부하다가
결국은 나를 죽이려고들 해서
몇번씩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ㅡ
그 년을 생각하면
나는 치가 떨린다.
주변인들을 제 편으로 만들어
나를 죽이려한 년.
그 따윗게 동기야~~~?

나는
내 인생을 다 훔쳐간 여동생과의
만남이 지쳤고
싫어졌다.

결국
나는 박봉에 허덕이다
결국은 그 자취방에서 나와버렸고
현재
이 고시원에 방 한간을 차지하고
혼자산다.

갖은 고생끝이지만
정도없는 동기며
친지들을 찾아다니기도 싫고 돈도 없다.

외아들도 냉냉하여 정이 사라지고
그애 애비도 다른여자와 살림을 차린지 오래되어
정이 없다.

생각해 보니
참 고단한 인생길이다.
그나마
앞날이 보장된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두 발 벋고 누워
잠 청할 수 있게 살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이런 판이니
누가 내게 신경을 써 줘도
별 관심이 없다.
또 뭘 어찌 이용하려고 저러나 싶어지는게
넘 당연하다.

사람에 상처받은 나는
일에 몰두했지만,
성공은
세상이 했다.
세상의 문화와 예술엔
내가했던 일들이 녹아 남아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나에겐
껍데기와 추억만 남았다.

홀홀이
나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살아나가는
청년세대와 중장년어르신들을
따듯한 마음을 지니고
생각하곤 한다.

인생은
그런거다.

그렇게
지나가는 거다.

그렇지만
아무도 나를
따듯이 보듬지도 보살피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 싫다.

모두들 나를 욕한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최선을 다 했을 뿐이다.
편견과 차별로
내 목숨을 손안에 쥐고
내 삶을 휘둘른
그들이 증오스럽다.

눈 감고
나는
내가 가여워져
마음 속으로 흐느낀다.
입가에 미소 지으며.....

중생들이여.....
마치 내가
부처가 된 듯,
성모 마리아가 된 듯.

내 삶이 좀 더 풍요롭다면
오늘
나는
포도주 1잔이라도
마주하고 있었을테지.....

무참이 희생당한 내 인생이 가여워
아쉬운 세월의 버선을
뒤집어 본다.
그래봐야
나만 알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