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반가사유 / 이기철
우리가 이 세상에 와서 일용할 양식 얻고
제게 알맞은 여자 얻어 집을 이루었다
하루 세 끼 숟가락질로 몸 건사하고
풀씨 같은 말품 팔아 볕드는 本家 얻었다
세상의 저녁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아름다워
세상 가운데로 편지 쓰고
노을의 마음으로 노래 띄운다
누가 너더러 고관대작 못되었다고 탓하더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세간이라 부르며
잠시 빌린 집 한 채로 주소를 얹었다
이 세상 처음인 듯
지나는 마을마다 채송화 같은 이름 부르고
풀씨 같은 아이 하나 얻어 본적에 실었다
우리 사는 뒤뜰에 달빛이 깔린다
나는 눈매 고운 너랑
한생을 살고 싶었다
발이 쬐끄매 더 이쁜 너랑 소꿉살림 차려놓고
이 땅이 내 무덤이 될 때까지
너랑만 살고 싶었다
이기철 : 경남 거창 출생.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청산행> <유리의 나날> <내가 만난 사람
은 모두 아름다웠다> 등이 있음.
덧글)
이런 저런 생각이 뭉쳐져 있을 땐
오랜 된 시를 읽어본다.
해말간 아뭇것도 바르지 않은 민낯을 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사람으로 살다가
간혹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잣아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고민도 해보고
멍청하니 멍때리는 것도 괜찮은 나이가 들어보니까
오래 살라는 이유를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