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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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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파는 아줌마


BY HEAVEN 2003-11-30

어제 죙일 비가왔던고로 오늘 하루만은 쾌청한 날씨가 되어 주십사 노심초사 하느라

어제 밤은 거의 한숨도 자지 못한채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 장돌뱅이로 굳건히 5일 장터를 다져온 친구를 따라나서 볼 요량으로 나름대로

어제 왠죙일 준비를 했다.몇년이나 묵었는지 모를 냄비와 접시,컵,쟁반,후라이팬,베개,도시락...등등 사무실 구석구석에 먼지를몇겹씩 뒤집어 쓰고 있는 골동품(?)들을 차곡차곡

모아 장꾸미를 챙겨 친구의 낡은 밴에 꾸겨 실어 녾은터이니 잠이 쉬이 올리 만무한 하룻밤이 왜 아니겠는가..오늘이 옥천장이란다..대전톨게이트에서 아침8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우리집에서는 늦어도 7시에는 나서야 하는 길이다..어제밤 부푼 기대로 마신 소주가 

과했던지 아침잠이 좀채 없는 나인데 털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비러먹을! 급할때 제대로 버스타본적이 없으니 역시나 그먼길을 택시로 가야하나.

7500원의거리..차라리 눈을감고 자는척 해야지..

부지런한 장꾼들은 벌써 이른 손님을 받고 있다..

친구 애기로 오늘 내가 장사를 할 자리는 주일을 거룩히 지킬수빆에 없어서 오늘은 부득이하게 노는 목이 아주 좋은 옥천농협 앞 계단이다..

이눈치 저눈치 보며 주섬주섬 잽싸게 자리를 펴고 냄비들을 진열했다..

그 와중에 들리는 소리는 "암보던 아줌마네.신고식도 안하나? 장사 잘되면 데이트하능겨?

"능청스런 장터에 정겨움이려니 생각하고 묵묵히 내 자리만 정돈했다.

달리 시선 둘곳이 없었으므로 냄비만 만지작거리며 앉은자리 걸음만 할수밖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선처리가 제일 난처해 친구 자리에 가서 할일없이 수다만 떨다

먼 가시눈을뜨고 내자리를 확이하곤 했다..그러다 더는 따분함을 견딜수 없어 11시가 되자

친구 손을 끌고 올갱이국으로 속풀이나 하자 나섰다..

그래도 짧은 겨울해는 중천이었다.지금부터는 정말로 겁이 났다.

맞은편에서 남자 작업복과 솜바지를 "만원이요.만원"을 외치는 아저씨는 내마음을 훤히 안다는듯 "아주머니!소리를 질러야지 그냥 있으면 안사가요."안타깝게 방법을 제시하지만 나는

좀체 시선이 불안해 더는 견딜수가 없어라이다..

지금이라도 짐싸가지고 도망가 버릴까.이렇게 있다 정말 게시도 못하고 짐싸게 되면 옆에

앞에 사람들이 뭐라 할까.또 내 친구는?데려가 보기만 해달라고 자신 있다고 큰소리나 치지말걸.그쪽팔림(?)을 무슨수로 감당할꼬..

 

'구경하고 가세요.싸게 드려요.천원 이천원 삼천원예요..점점 불안을 헤치고 내소리는

고함이 되어 나오는것이었다.뒤통수에 대고 몇번이고 할떄는 정말 머쓱해서 얼굴이 빨개지기를 몇번아고보니 별거 아니던걸..사실 난 좀 뻔뻔스런 40대 중반에 아줌마거든?

 

오후 서너시가 되어서야 개시다운 개시를 했다.(사실첫개시는 친구가 억어지로 해줬지이).

한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고르니 둘,셋.넷 옆에 또 공기놀이하는 동무들처럼 쪼그려 무엇인가 한가지씩 들고 내게 돈을 주려 하고 있다.신기했다.나는 잠시 동안 돈받는 일로 등에 땀이

흘렀다...앞에 잠바 아저씨에"냄비(?)만 사지말고 잠바도 사쇼"를 외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던가?

 

간사하게도 나에 희망이 다시금 눈뜨는 시간이라고,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우쭐해하며 또 '내가 누군데' 자만하고 싶어한다..

장을 접으며 앞,옆분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했다.진심으로.."담에 또뵈요 '라고..

 

먼지를 얼마나 뒤집어 쓰고 또 먹었는지 목이 컬컬함을 핑계로 친구와 돼지갈비에 쇠주한잔을 또 하며 느느니 술이라고 억어지를 또 쓴다..

본의 아닌 싱글이 이렇게 내 삶에 아이러니를 심심찮게 맛보게 할줄이야..

 

나는 낼도 냄비를 몇개나 더 팔수 있을까를 꿈꾸며 .

그래. 난 원래 목소리가 컸지아마?

 

냄비 사세요.이천원,삼천원,사천원..

담장날은 더 크게 외쳐 보리라..그게 돈이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