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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인숙들은 이제 쉬고있다


BY 이루나 2023-10-26

엄마가 삶은 달걀이 든 누런 봉다리를 3살짜리 막내에게 쥐여주며 손을 흔들 때 둘째 언니와 나는 아버지 따라 기차를 탔어, 기차는 만석이었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흔들리며 가던 막내가 낯선 듯 두리번대며 ‘언니야 기차가 왜! 이렇게 덜컹덜컹, 거리나?’ 묻자 기차는 원래 그런 거라 대답하는 언니도 사실은 13년 만에 처음 타본 기차였어. 열차가 덜컹댈 때마다 찌에 걸린 물고기처럼 사람들은 흔들렸지. 도착지를 가지 못하고 끊어진 밤 기차, 대천까지 가야 하는데…. 혼잣말을 중얼대는 아버지를 따라 들어간 공주역 앞의 “공주여인숙” 30촉짜리 알전구를 켜자 색바랜 벽지에 얼룩진 무늬가 꽃처럼 흔들렸지. 수 없이 자리바꿈을 하며 세상을 지켜온 여인숙들은 이제 모두 쉬고 있네. 나보다 조금 더 불행할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며 위로받던 나도, 내가 지켜온 이 찌들은 우주를 어딘가에 내려놓고 쉬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공주여인숙을 찾을지 알 수 없어 오늘도 길을 헤매는 나른한 오후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