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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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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BY 나목 2020-12-31

멀고도 먼 옛날 옛적
동해 바다에 홀연
작은 산이 하나 떠오니
거북 머리 같은 그 섬에
낮에는 둘로 갈라졌다
밤이면 하나로 합쳐지는
대나무가 있었다네.
소리로써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릴 징조라 하여
왕이 대나무를 베어와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병이 스스로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바람이 잠잠해지니
물결이 평온해졌다 하네.

북풍은 날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물어 뜯으며
거리를  배회하고
기진한 하루가 저뭅니다.
그러나, 잊지 마셔요.
그대의 보드라운
허파에서 입술 사이
그 가늘고 여린 대롱속에
멀고도 먼 옛날 옛적의
소리 아직 품고 있음을.

피리를 불어 주세요.
부지불식중 일상을
잠식해가는 질병과
질병보다 더 난무하는
불신과 갈등의
장막은 걷히고
살아갈수록 고단하게 밀려오는
마음의 파도를 잠재워 줄
그대안의 위로의 소리.

피리를 불어 주세요.
두려움에 웅크린 시절은 가고
흙은 부풀어 오르며
야윈 나뭇가지마다
졸졸 따뜻한 물이 흐르고
강물은 수천 년을 그러하듯
다시 풀릴 것이니
그렇고 말고요.

피리를 부세요. 노래를 하세요.
단단하고 도저한 소리로
우리의 새벽을 혼탁하게
뒤덮은 안개를 거두어가는
빛나는 아침 햇살
넘어지고 무너진 것들
오래된 굳은 맹세처럼
툭툭 흙을 털고 일어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