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를 두 번이나 못냈더니 독촉장이 가볍게 마음을 철렁 내려 앉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사는 것이 바빠도 늘 산소에 허기진 중독에 시달려 재촉 당하는 숨쉬기는 한결 같다 일부러 계단을 오른다 심장근육이 단단하게 조여오는 압박감에 아직 살아있어 살아있구나 가파른 고갯길 걸어 넘어봐야 산다는 것이 뭔지 알겠다 은행가서 밀린 관리비 낼 때 연체된 하루 하루가 뭉텅 지워진다 팍팍하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언제부터 할 말이 자꾸 가슴으로 숨었다 봄비가 착하게 비스듬한 선긋기로 내린다 이제 곧 여린 연두색 봄이 보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