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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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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주 한 잔 해요


BY 나목 2013-11-23

기원전에 살던 노나라 사람 공자는 

나이 마흔에 불혹하였다는데

21세기를 사는 여자 

내 나이 마흔은 천지사방이 미혹의 숲이었나봐요 

한번씩 휙휙 바람이 지날때마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눈물만 뚝뚝

그러다 그만 그 독한 것과 눈이 마주쳤는데요

글쎄 왼쪽눈 찡긋 감고 대번에 밀어넣어 버렸지 뭐에요

식도를 따라 줄기를 만들고 위를 깨우며 파닥이더니 급기야

혈관 구석구석까지 맑고 푸른 가지를 뻗는게 아니겠어요

시린 가슴 어디쯤 꽃이 벙그는 듯도 했다니까요

그런데 그 독한 것이 내 몸이 마치 기차 선로라도 되는 듯

몇 바퀴 돌더니 그만 몸 밖으로 왈칵 쏟아지는 것이었어요

그래요, 고백할게요

지금도 왼쪽눈 찡긋 하는 날 많다고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알았다는 공자도 술고래였다는데

아직은 눈물 쏟을 일 많은 나이겠거니 이해해요

바람이 불 적마다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그대여,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우리 소주 한 잔 해요

그대는 거기서 나를 마주보듯

나는 여기서 그대를 마주보듯

한 천년을 또 이렇게

그래요, 건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