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강덕경 위안부 할머니의그림엽서中(빼앗긴 순정)
위안부/최삼용
1
주위 잠든 새벽4시,
적당한 야심은 지나고 동트임 시각이다
달빛 덮힌 8월 강변에는 풀들이
성숙한 여체의 음모처럼 북실하고
그것을 더듬는 바람이 애무로 호색질해도
속살은 쉬 열리지 않았다
줄기찬 치정을 거부한 몸둥이는
후려 뺨쳐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때론 구슬리기도 하여
음부 깊이 애정없는 사정을 해대면
뒷물처럼 흥건해진 토혈
그 속에 날곤충은 눈치없이 알을 쓸리라
2
아침 첫 풀꽃에 꽃술을 따고프던 암노루새끼가
반질거리는 코끝에서 낯설은 유혹을 느낀다
언젠가 맡았던 비릿한 내음새
어쩌면 내 어미의 양숫물 내음일까?
고향 밤꽃 향내일까?
꽃젊음, 분홍빛 꿈은 속절없이
뚝,뚝, 분질려져 흩날려 갔고
살을 찢던 고통보다 더 큰 수치심은 어쩌랴?
아플수 밖에 없는 질곡의 역사를 거슬려도
시간의 챗바퀴는 구심점 잃어
이젠 그들의 이름조차 역사 뒷켠에서 죽어 간다
현깃증 돌도록 비틀거리던 연약한 육체
그 위를 덮치던 들짐승같은 거친 숨소리
아! 고막을 찢어버려도 들리리니...
아릿다운 그녀들의 빼앗긴 순정속에도
백합같은 사랑이 어엿,
존재했음을 역사여! 기억하라
엄연한 오욕의 파묻힌 진실
창창햇살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따가운데
이젠 바람에 휘둘려 홀씨조차 맺지 못한
그녀들의 빼앗긴 순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