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를 하다
우산을 들고 엉거주춤 재활용품을 쓰다듬는
그가
위태롭게 출렁인다
출항이다
표류하는 조각배
중심을 잡느라
식은땀 흥건하고
그의 눈빛은 오랜만에 단호하고
비는 오랜만에 그윽하고
눈 코 입 팔 다리 머리까지
묵묵히 떼어 던지고
휘파람 불며 그가
다시 흘러 가다
그의 눈이 보았고 코가 냄새 맡았고 입이 말했던
돌 같은 신념과
깃발보다 높이 펄럭이던 팔과
넓적다리에 피멍빛 스무 살
머리로 했던 분노 하나까지
분리수거 통에 차례로 분리하다
분리불안에 시달리던 한 조각 꿈을
마지막으로 분리하고
결코 침몰되지 않을 단단한 그가
20층 난간에 배를 매단 뒤 출근해야할
오늘은 금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