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생각난다.
중학교 운동장 가득 라일락 향기가 넘실거릴때
우린 그 그늘에 앉아 얘기들을 나눴었지.
그때 내 귓가에 은은하게 들리는 선생님께 배운 외국 가곡
지금도 라일락 향이 바람을 타고 다가와 내 콧끝을 간지럽힐때면
난 느낀다.
그때 그 향긋한 시간들을.
여름이 되면 생각난다.
사십여분의 힘든 체육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울리때
너나 나나 할것없이 모두 수도꼭지로 달려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목을 축이며 얼굴이며 손을 씻었었지.
수도꼭지 앞에는 거울이 붙어있었는데 얼굴을 씻고 물방울이 뭍어있는
내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거울은 햇빛에 반짝이는 내 얼굴에게 말한다.
백설공주보다도 더 예쁘다고.
지금도 따스한 햇빛이 창문을 환하게 비출때면 그때 그 빛나던 미소와
물방울 뭍은 그 얼굴이 생간난다.
시원한 수도꼭지 물줄기가 그리워진다.
가을이 되면 생각난다.
체력장 시험을 며칠 앞두고 우리반 수업시간에 운동장으로
달려가 연습하고 종료시간 이십분 남짓 남겨두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누웠었지
그때 바라 본 파란하늘
그렇게 파랄 줄은 몰랐다.
아! 가을이구나.
문득 잠이 들었나보다.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정신이 들었었다.
지금도 차를 타고 가다 차창 밖으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 올때면
그때의 그 파란 가을 하늘이 생각난다.
평안히 누워서 바라 본 그 파란하늘이.
겨울이 되면 생각난다.
눈이 펑펑 내리던 다음 날
설레는 마음 안고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학교로 달려가 걸어 본 그 운동장.
아무도 밟지 않은 그 하얀 영토에 난 수 많은 발자욱을 찍었었다.
나의 행복의 그순간을 만끽하며 발자욱마다 힘주어 찍었었다.
그때 들리는 소리라곤 나의 뽀드득 발자욱 소리 그리고 나의 숨소리
지금도 내일 뉴스를 통해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할때면
밤 잠 설레며 운동장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을
한 소녀의 거친 숨소리와 뽀드득 발자욱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의 학창시절은 운동장에 관한 것이 많다.
나와 나의 친구들의 수많은 얘기가 시작된 곳.
많은 꽃 내음과 생동하는 땀의냄새 그리고 시원한 수도꼭지의 물소리
그리고 조용히 모든것을 감싸안은 평안의 장소 안식의 장소
지금도
운동장은 많은 이의 눈물과 행복과 사랑을 감싸안으며
추억의 옷을 짜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졸업하게 되면 받게 될 것이다.
멋진 추억으로 짜진 봄향기 가득한 추억의 외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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