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꽃잎
긴 잠을 잤다
뒤돌아 볼 틈 없이 그렇게
홍근히 젖은 땀 냄새
쉼 없이 흐르는 시계바늘에
푸른햇살 맞으며 탱탱한 희망은
조심스레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려
붉은태양은 손짓 했다
일렁일렁 비틀거리는 손 잡아
칼 날 새우는 진한테 안경 넘어
가을은 또 숨 죽이고 있었다
들국화 향기 세상을 덮을 때
소롯,들길을 걷고 싶었지만
내 움추려진 알수없는 상실은
찬란했던 단풍 외면한 꽃 마져
차마 가을 숲으로 감추었다
무릇,인생을
영혼맑은 한송이 들국화처럼
시인의 모습인양
이제 발가벗은 12월
긴 잠에서 깨어 나
닫힌 문 두드려 내 앞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