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여행 중이다
너무도 많은 걸 풀어헤쳤다
도무지 주워담을 길이 보이지 않아
길이란 길을 모두 걷기로 했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는 곳마다 길이 막혀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어디에나 생각치 못했던 복병이 튀어나와
오래 아물지 못한 상처를 헤집었다
아프고 쓰린 이유는 날이 더웠기 때문이고
조금은 지친 탓이었을 거라고
길 위에서 투덜거렸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차라리 무심한 것이 위안이 되던 며칠 동안은
쓸쓸했지만, 유쾌해서
몸을 뒤틀며 큰소리로 혼자 웃기를 반복하면서
길을 찾았지만
길 위에서 나는 늘 나그네였을 뿐이다
느닷없이 내 틈을 비집고 들어서던 것들은
아주 작은 먼지 같은 것들이라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밤 급기야 나는
내가 무심했던 것들의 공격을 받고
결국은 항복하고 쓰러졌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고
비몽사몽 중얼거렸다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오래 서성거리던 길 위에서
아직도 나는 여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