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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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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핑계에는 이유가 있다


BY 하비비다 2005-07-04

 

 

 

          내 핑계에는 이유가 있다

 

 

 

      장마가 시작 됐대, 
      말이 끝나기 전에 그가 먼저 떠났다
      떠난 줄 알았는데
      그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커다랗게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나는 그 안에 고인 그를
      아주 오랫 동안 추억하게 될 것이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언제나 그가 좋아하던 연녹색의 꽃이 피었다
      이상해, 중얼거렸을 뿐인데
      그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
      터벅터벅 예상했던 대로 길을 떠났다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는 내게 다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들었다
      그는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잡지 않았다
      잡아도 그는 떠날 것이므로
      장마가 끝날 즈음이면
      어쩌면 다녀갈 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 동안에 그가 보여준 믿음이었다
      내가 그에게 일러준 유일한 생의 열쇠는
      환멸이었다, 거듭나기를
      그는 더 아파야하고, 나는 잊어야한다 
      우리는 그렇게들 자라왔으므로
      장마가 나를 흔들었다
      기침은 여전하고
      어깨까지 경련이 인다
      나는 비로소 목소리를 잃었다 
      장마가 왔으므로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쓸어버린다
      장마는 그 후로도 오래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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