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동네 무동네 이사가던 날
-가을낙엽-
요즘 배추동네 무동네는 여기저기서 이사하는 소리로 시끌버끌
정든고향 떠난다고 옹기종기 모여
작은 한숨에 안부를 전하며 섭섭함을 달래네
첫째고랑 배추네는 주인집 큰아들네로
둘째고랑 배추네는 서울둘째 아들집으로
잘난아들 수두룩있다 자랑하던 무밭네 가족들은
동치미 좋아하는 막내딸 집으로
그 옆 밭언저리 한켠에 올망졸망 모여사는 알타리네는
그래도 정든 동네주인집으로 이사간다고
그나마 다행이라며 멀리가는 이웃들을 위로하네
작은 씨앗으로 만나서 수많은 비바람 햇살에
서로 의지하며 아웅다웅 살아온 아득한 세월인데
겨울식량준비 김장을 한다고들 하니
이만큼이 인연의 고리인가 보네
"배추네! 잘 가게나!"
"무우네도 잘 가시게!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이 찾아오면 우리 그때 다시 만남세
작은 씨앗으로 만나 또 다시 올망졸망 생명을 튀우며
알록달록 꽃나비 잔치열리는
배추동네 무동네 만들어서
너른 밭 초록빛으로 가득 채워
봄향기 봄내음 실컷 맡으며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