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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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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2.


BY 생각하는 이 2004-11-18

샛강 2

 

 

느닷없는 겨울비 ,

샛강을 건너는 낡은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둠이 깃들고 갈 곳에 이르지 못하는 낭패감 속으로

빗줄기가 바람을 몰고 왔다.

 

부산을 떨어야 할 삶의 이유도 찾지 못하고

대책 없이 기다리는 샛강행 버스

지금쯤 이 도시의 후미진 곳 언 무우밭을 끼고 돌아 잠든

강물은 깨어 뒤척이고 있을까

 

숨이 턱턱 막히는 날들에 아직은

그리움의 깃발이 나부끼는 곳,

한 철 푸르던 미나리깡 둑 넘어 닿을 수 없는

잿빛 도시의 성(成)들이 켜켜히 쌓이고

그 분단을 잇던 샛강에서 나는 가끔 우울해지곤 했다.

 

걷다보면 푹푹 빠지는 도시의 사막에서

길을 잃은 낙타처럼 정수리를 뺄 수 없는 삶이여

끼니를 거르는 일처럼 잦은 샛강행 버스의 지루한 기다림,

끝내 등을 때리는 빗줄기를 따라

이 더딘 어둠을 적시며 샛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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