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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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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BY 향기없는꽃 2004-05-10

상상

 

젖먹이의 볼을 적시는 눈물이 차다

흔들리는 가슴에 어지러운 아이는 그런 엄마를 알 수 없다

두려움 가득한 눈으론

꼬깔 제비꽃 닮은 서러운 어둠만 보일 뿐

손등에 눈물을 숨긴 엄마는

치자 꽃 내 나는 젖꼭지를 아이에게 물린다

어서어서 커거라 장대만큼 커거라

술술 커거라 하늘만큼 커거라

 

미끄럼틀을 오르다 죽은 꽃등애를 본다

발에 밟혀 으깨어진 몸통조차 화려함을 잃지 않은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떨리는 얇은 날개

땅에 묻을 수는 없다 아직은 시간이 아니다

그 슬픔을 함께 할 누군가가 와야 한다

혼자만 알고 있는 죽음이 무서운 나이

열 대여섯 쯤

 

짧고 싱거운 정사는 끝났다

헝클어진 샴푸 냄새가 나기도 전에,

입맞춤의 끈적임이 마르기도 전에

소문이 두려운 바람난 여름 밤

창문에 기댄 작은 홀씨 하나

내 안으로 떨어지면

앞산의 밤나무들이 일제히 열매를 준비한다

사르랑 사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