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깊은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돌아서 나오는 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비둘기처럼 도시의 빈 터마다 깃을 내리고 사는
회색빛 비둘기처럼 푸르른 산골 푸르른 울음을
잊은 양 너무도 태연하게 잿빛 포도위에서 먹이를 쪼는 그 비둘기처럼
하늘은 뿌연 그을림을 멍울처럼 안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랬는데
하늘 그 먹그림처럼 어둔 하늘아래 활짝 너는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너무도 낯설어 다시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을 우러르는 노란 병아리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나는 만국기 펄럭이던 운동장, 하얀 금처럼 멈추어 선 채
오래오래 낮은 하늘을 눈부시게 받치고 선
꽃을 안았다 여린 실핏줄을 지나 손자락 맨 끝까지
우리를 외롭게 했던 갸녀린 떨림까지 기억하여
마디마디 옮아가 다시 하나로 뜨뜻이 흘러서
연분홍 꽃잎 하늘을 열었다
그대의 생같은 도시의 골목길은 미로처럼 깊다
이렇게 가끔 계절을 몸서리치는 어느 한 섬에서
나는 다시 봄꽃이 엄동을 지나 진저리로 피어나듯이
살아야지 살아야지 했다 또, 연분홍 꽃잎처럼
내 연한 손끝에서 무참히 지고말 저 꽃잎처럼
그러나 너는 참 아름다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