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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BY baada 2003-12-30

 마지막 본 것이 언제였던가

햇수를 짚어보지만 도무지 아리송한데

그녀를 이마트에서 만났다

캥거루의 나라 호주에서 우연히 날아와

기억의 돛을 올리고 시간을 거슬러 날았다

그녀로 하여 나는 오늘 열일곱 소녀처럼

활짝 웃어도 보고  그리운 이름들을 떠올려도 보고

그리고 돌아왔는데

문득 그가 슬퍼보였다

내 옆에서 함께 늙어가고 있는 그 남자가 처음으로

외로워보였다

그래서 그 남자의 까칠한 얼굴에

내 얼굴을 가만 대어 보았다

살아있구나

다행하게도 그는 내안에 살아있었다

팔딱거리는 심장을 지나

내 몸으로 스며드는 그 남자의 온기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한 때 그를 위하여 온전히 

불꽃처럼 타오르기를 나는 간절히 바랬는데

그 기억은 선혈처럼 아직 가슴에 남았는데  

꽃잎 하나하나 닫힌 잎을 열지 못하여

주저앉듯 미리 져버린 정원의 꽃들

 

오랫만에 창을 열었다

열린 창문으로 겨울 바람이 분다

빈 가지의 허전함을 몰아 오는

그대의 왜소한 어깨너머로

햇살이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