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칠이 닳아서 반들한 벤치에는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람만 가르마를 그리며
해 다 지도록 꼼짝도 않고
단 한 번도 눈여겨 지켜주지 못한
다만 석상처럼 그렇게 앉았다
겨울 오후에
하늘 향하여 눈 내밀고
여름내내 오르고 또오르며
푸른 잎 피워냈지만
이제 한모금 푸른 눈물방울로만 점점이 남아서
새벽 찬 서리에 지쳐가는
아아, 저기 벤치의 지붕위 등나무는
하필이면
거기 그 자리서 우두커니
내 눈에 들었다
겨울가고 또 봄이사
저무는 해처럼 지고 피고 한다는 걸 쉬이 알았지만
등나무 한잎한잎 피멍같은 파란 그 설렘은
어느 가슴에 자국으로 남아서
뻐꾹새 울음소리 목련꽃다운 그 봄이 와도
숭진 자리처럼 내내 남을 것이다
차라리 한 잎 어설픈 흔적도 없이
다 거둬가 버렸더라면
혼자서 겨울 공원을 지나가며
그랬더라면
생각조차 살이 돋듯 자라지도 않았을 터인데
겨울하늘은 석상처럼 꿈적 않고
공원에 가만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