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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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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원


BY baada 2003-12-23

 

 

샛노란 칠이 닳아서 반들한 벤치에는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람만 가르마를 그리며 

해 다 지도록 꼼짝도 않고

단 한 번도 눈여겨 지켜주지 못한

다만 석상처럼 그렇게 앉았다

겨울 오후에

 

하늘 향하여 눈 내밀고

여름내내 오르고 또오르며

푸른 잎 피워냈지만

이제 한모금 푸른 눈물방울로만 점점이 남아서

새벽 찬 서리에 지쳐가는

아아, 저기 벤치의 지붕위 등나무는

하필이면

거기 그 자리서 우두커니

내 눈에 들었다

 

겨울가고 또 봄이사

저무는 해처럼 지고 피고 한다는 걸 쉬이 알았지만

등나무 한잎한잎 피멍같은 파란 그 설렘은

어느 가슴에 자국으로 남아서

뻐꾹새 울음소리 목련꽃다운  그 봄이 와도

숭진 자리처럼 내내 남을 것이다

 

차라리 한 잎 어설픈 흔적도 없이

다 거둬가 버렸더라면

혼자서 겨울 공원을 지나가며

그랬더라면

생각조차 살이 돋듯 자라지도 않았을 터인데

겨울하늘은 석상처럼 꿈적 않고

공원에 가만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