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내리는 날이면 글/ 몽련 최순옥 뽀얀 안개비 내리는 날 단절된 콘크리트 공간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려니 소음이 차단 된 섬뜩한 정적과 미동 없는 사물들의 모습에 문득, 나의 생사가 궁금해 진다 주섬주섬 밥상을 차리고 딸그락 거리고, 짝짝 거리고 정체된 침묵을 휘 저으며 매운맛과 짠맛들을 삼키면 육신에 포만의 신호가 전달되고 잠시, 혼란했던 나의 생이 확인된다 툭툭, 가구들의 몸 뒤채는 소리가 신호탄처럼 날카롭게 신경을 찌르고 머리카락 살짝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의 존재에 죽었던 사물들의 끊겼던 호흡이 되 살아 나는 오후 오늘처럼 안개비 내리는 적막한 날이면 나는 혼자서 깜빡, 죽었다 되 살아난다 2003.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