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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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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 내리는 날이면


BY moklyun 2003-11-23


    안개비 내리는 날이면

    글/ 몽련 최순옥

    뽀얀 안개비 내리는 날
    단절된 콘크리트 공간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려니
    소음이 차단 된 섬뜩한 정적과
    미동 없는 사물들의 모습에
    문득, 나의 생사가 궁금해 진다

    주섬주섬 밥상을 차리고
    딸그락 거리고, 짝짝 거리고
    정체된 침묵을 휘 저으며
    매운맛과 짠맛들을 삼키면
    육신에 포만의 신호가 전달되고
    잠시, 혼란했던 나의 생이 확인된다

    툭툭,
    가구들의 몸 뒤채는 소리가
    신호탄처럼 날카롭게 신경을 찌르고
    머리카락 살짝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의 존재에
    죽었던 사물들의 끊겼던 호흡이
    되 살아 나는 오후

    오늘처럼
    안개비 내리는 적막한 날이면
    나는 혼자서 깜빡, 죽었다 되 살아난다

    2003.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