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호수 글/몽련 언제나 불평 없는 묵묵함과 내세우지 않는 겸손으로 생명들을 키우는 호수는 감사의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훌쩍 떠나 버린 철새들의 배은망덕과 허락 없이 들고 나는 물길의 무례함에도 섭섭타, 말 한번 않는 너그러움으로 은빛 물 비늘만 번쩍인다 오늘처럼, 호기심 많은 물고기의 세상구경도 시들해 지고 바람의 장난질도 잠잠한 날이면 여름 내, 몸살 앓던 호수의 열 띤 떨림은 잦아 들고 오직, 진실만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되니 비 잦던 여름의 우울을 헹구어 내려는 듯 산과 나무는 일제히 호수로 뛰어들어 물구나무를 선다 2003.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