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던 그 산길에 쑥부쟁이 꽃.
널 처음 만나던 날
내게 한송이 보라색 꽃을 꺽어주던 친구.
친구라 우겼지만
우산속에 우린 가슴 설레이는 연인이었는지도 몰라.
산자락 사이로 끝없이 자리한 꽃 밭.
그렇게 많은 쑥부쟁이 꽃은 처음봤어.
두 어깨를 스치며
우산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한참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지.
보랏빛 쑥부쟁이 꽃에 넋이 나간걸거야.
너와 함께 있어서 정신이 없었던 건 아닐거야.
다시는 사랑하지 않는다 했어.
얽메이는 사랑은 두렵다고
친구가 되어 가볍게 감정을 조절하고 싶었어.
사랑에 치이고 싶지 않아.
그 하나로 인해 비참해 지고 싶지 않아.
친구로 너를 남기고 싶어.
쑥부쟁이 꽃을 내게 건네준 아름다운 친구로......
가을을 얘기하고
인생을 의논하고
이별을 상담하던 친구.
들꽃을 만져보고
들꽃 이름을 외우고
들꽃 한송이를 꺽어 나를 감동 시키던 친구.
사랑하게 되면 욕심이 생겨.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거야.
사랑하면 헤어지는 원인이 생겨.
나를 슬프게 하지 않을거야.
친구야?
내 곁에 오래 머물러 줘.
꽃을 오래 보려면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를 지켜봐야 하잖아.
꽃을 꺽어 가슴에 품으면 잠시는 황홀하지만
땅바닥에 금방 버리게 된다는 걸 알잖아.
쑥부쟁이 꽃을......
마음에 품고 싶어.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른뒤
연보라색으로 빛나는 저기 저 꽃밭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지켜주고 싶어.
영원히 지켜주고 싶어.
너와 나 그리고 쑥부쟁이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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