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피해들은 없으신지요? 명절 인사나누기가 무색하네요... 제가 사는 근처 김천이란 곳엔 작년에 태풍루사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었는데 오래전이지만 수해를 경험한 저로선, 올해도 이곳저곳 말문이 막힐지경입니다... 모쪼록 시방 여러분들의 무사하시기를 기도 드리며 작년 루사가 지나간 다음 쓴 글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 -뜰에비친햇살-)
▶ 할퀴고 간 자리 현란하던 도시의 조명과 시끌벅적하던 삶의 냄새마저 집어삼키며 펄 속에 갇혀 어둠 속을 지새우며 떨게 하던 진저리나던 바람과 함께한 잔인한 그날 너른 들에서 피어나던 통통하게 살찐 벼 이삭들의 소슬 거리던 소리도 사라지고 밝은 전등 아래서 도란거리던 옛날이야기도 자취를 감춰 버리고 평상에 둘러앉아 한 소쿠리 쪄온 옥수수 갉아 먹으며 떼구르르 구르던 노래 같은 웃음도 사라져 버린 그 나무 아래 넋 놓고 앉은 촌 노(老)의 얼굴엔 미소는 애 저녁에 깊은 주름 속에 덮여 버리고 진창 속에 나뒹구는 삶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시름으로 흩어져 있건만 지친 몸 쉴 곳도 마뜩이 없는 상실의 늪은 깊이만 더해 가는 그들에게 물어오는 저들의 야속한 질문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하나 더 보태주는 그들의 물음에 눈물도 대답도 다 말라 버린 길고도 암울한 침묵과 서글픔 마을을 잇던 오래된 다리와 동산 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던 꿈이 영글던 그들의 집은 온 데 없고 검붉은 사토가 뒤덮인 그곳 추수가 끝나고 일찍이 불어 닥친 초겨울 서리 같은 헛헛함이 남았을 지금 그곳엔 애석하게도 휑하니 모든 게 무(無)이다 여름의 끝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넉넉한 자들의 작은 마음과 성원 더해도 넘치지 않을 사랑을 보태어 무너진 가슴에 돌담으로 세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