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다.
옷가지 두벌 싸가지고
두꺼운 일기장 한 권 준비해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전화기는
화장대 서랍속에 넣어두고
텅빈 머리로 도망가고 싶다.
사십이란 산을 넘으면서
힘겹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지금은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고 싶다.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는 평범이란 땅으로......
평범한 남자를 만나
평범하게 결혼을 해서
평범한 가정을 가꾸고 싶었다.
내가 도망가고 싶은 땅은 바로......
평범일지 모른다.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을 구해서
앞마당엔 들꽃을 가꾸고
뒷마당엔 앵두나무 두어그루 심고 싶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풀잎이 한들거리고
앵두나무 열매가 빗물에 익어가길 바랬다.
남들이 밥을 먹을 때 밥을 먹고
남들이 자는 시간에 잠들고 싶었다.
남들이 삼십평 아파트를 살때 나도 집을 사고 싶었고
남들이 안정된 사십을 바라볼 때
나도 사십이라는 산중턱에서 푸른숲을 내려다 보고 싶었다.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혹시 기적이 일어나서
평범하지 않은 내 집이
빗물처럼 평범함으로 젖어들길 바랬다고 난 고백한다.
깨어있는 아침이 싫다
개인하늘이 두렵다.
모두에게 주어진 평범이란 집을 난 지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침이 싫고
맑은 하늘이 두렵다.
평범이란 땅으로 도망가서
세끼의 식사를 하고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싶다.
남들처럼......
남들처럼 편안한 아침나절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