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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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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얼굴을 보라


BY 바람꼭지 2003-08-07

유리컵을 씻다가
유리가 되어 웃는 얼굴을 보고 말았네.
철철철 흐르는 물살에도 떨어져 나가지않는
아무리 씻어도 거품안에선
거품이 되고 물살안에선
물살이 되는 유리얼굴을 보았네.
마침내 유리얼굴을 씻어내리길 포기하고
그 얼굴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살살살 문질러 보았네.

언젠가 유리얼굴을
씻다가 손을 크게 베었다는 기억이
되살아나 한없이 두렵네.

깊숙한 선반위에
다시는 안 쓸 것처럼
물기를 말려 고옵게 세워 둔 한 개의 유리컵처럼
잘 포장된 폭발물처럼
비밀리에 가슴 한 켠에
세워 둔 유리 얼굴이여!

유리컵이 우연히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듯 유리얼굴이
내 맘안으로폭포처럼 쏟아질 날이 있을까?

조각조각 부서지며 날 다치게 할 날이 있을까?

깨지는 순간 선혈을 뿌리며
조각날 심장을 생각하면 아득한데
그누구도 유리얼굴이 있다는 걸 알면 안 될텐데
장난으로라도 어머나, 여기 유리 얼굴이 다 있네하면서
와락 집어던지면 안되는데..

유리얼굴을 보라 .
보기만 하라.
깨뜨리지도 만지지도 말고
다만 머얼리서 보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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