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묵주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정이라고 하는 것인가
눈물이란 것인가
한이라는 것인가
어머니가 살아 온 그 해남 땅끝 섬
바라만 보면 바다는 펼쳐지고 안으로만 갇혀지는
그 쪽빛 섬 한 생애를 다 보내고 그 저물 녘
이 막내 며느리에게 돌아와
저녁 놀 빛으로 물들어 가는
이제 소리없이 쓰러져 가는
그 사랑이라는 놀 빛을 물들이고
어둠 저편으로 떠나려고 하네
2 여자인 나의 시 어머니
그렇게 한 세월 보내온 그 시간 속에서
섬은 또 얼마나 파도에 씻기어지고
갯벌에 묻혀 많은 날들을 보냈는가
가도 가도 그 섬은 그대로인데 여자인 어머니는
당신이 남겨 놓은 그 한을
저렇게도 바다처럼 살아서
내 가슴을 문지르는가
나도 언젠가는
당신의 뒤를 이어
이렇게 누군가의 가슴을 문질러야 하나
그 많은 한들 눈물로 씻어 내고
정으로 감싸 살아온 오늘
우리에게 생이라는
묵직한 묵주 하나를 건네
우리 마음을 굴리게 하는가
3 냇가의 빨래터
빨래를 하면서
쉬쉬 소리를 내는
시 어머니는
흥얼거린다
흉년이 들던
옛날의 뼈 아픔의 시절로 돌아가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
콧노래로 흥얼거린다
겨울 갯바닥 찬바람 맞으며
바지락을 캐 올리며
추위를 잊기 위해
콧 노래로 흥얼거림으로
수 많은 빨래들을
언손 불어가며
손으로 일일이 헹구어 빨면서
쉬쉬 소리를 낸다
자신의 눈물겨운 세월들을
뛰어 넘어 살아 온 날들
이제는
쉬쉬 내는 소리도
내 귀 전에는 시 어머니의 젊은 날의
시냇가 빨래터에서
봄의 노래로 들려온다.
4 고향 집이 그리워
자다 보면
고향 집으로 알고
눈을 뜨면 어느 낯선 곳이기에
이것이 뉘 집이오 하고
혼자서 허이 허이 소리 지르며
그 고향 집을 그리워하는
저 눈빛
금방이라도
봄 물빛에 어려 오는
그 쪽빛 해남 섬에 닿을 것만 같아라
내 어머니가 가는
어느 하늘
그 먼 길도 살 닿아지며
부비고 살아 온
그런 쪽빛 섬 같으면 좋겠네
언제라도 마음 놓고 살아 도 좋을
그런 곳이면 좋겠네
낯 설음이 아닌
언제라도 고향의 품이었으면 좋겠네
하늘 어느 먼 길에서도
이것이 뉘 집이오 묻지 않고
당신 살아왔던 그 집이었으면 좋겠네
5 여자여 며느리인 여자여
부모를 모신 다는 것이
희생으로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치매 부모를 모신다면
그것은 마치
죽음 속으로 뛰어 드는 일이겠네
자식과 부모는
희생을 뛰어 넘어서 대가의
값도 치르지 않는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데
자식인 우리가 부모를 모시는 일이
희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사는 세상 헛 사는 것이 아니리
자식인 우리가
부모에게 돌려 줄 수 있는 것은
휘어진 등을 기댈 수 있는
그 자리를
우리가 내 밀고
마음 속의 그 아픔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그 자리를
우리가 손 내밀어
만져 주어야 하는데
우리 어이 희생이라 말 하리
왜 이것을 값으로 계산 하려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