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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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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내 손 잡아 줄래요?


BY ooyyssa 2003-02-13

어머니, 내 손 잡아 줄래요?


하늘 이고 달려온 딸아이 손잡고
학교 울타리 끼고 걷는데
포플러 잎사귀 햇빛에 반짝여.

가을 운동회 사람 찾기
‘한복 입은 사람’ 적혀 있는데
포플러 빛 한복 입은 어머니
맨 꼴찌 내 손을 호미자루 잡듯 잡고
하얀 고무신 벗겨지도록 달려 받은 공책 두 권.
검게 탄 얼굴에 친구에게 얻은 그 한복은
정말 어색했어.

이 녀석 손이 차네.
내 손도 이렇게 차가울까

내 친구 엄마들은 웃기도 잘 하던데,
어머니 욕만 쏟아내고 밭으로 나가버리면
또 잠이 든 나
소꿉놀이에 팔려 빨래도 안 해 놨다고
방망이에 맞는 빨래처럼 혼이 났지.
정말 듣기 싫었어.
“망할 놈의 새끼”

딸아이의 손에서 심장소리가 울려.
굳은 어머니 손에도 내 소리 들렸을까?

“망할 놈의 새끼”
망할 놈이 내가 아니라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보리밥 밥상도 못 차려주는 한숨인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았을 거야.
떠도는 아버지 원망하는 소리인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상처 받지 않았을 거야.

술주정하는 아버지 손을 피해 걷던 밤길
내손 덮은 어머니 손에서 심장 고동치는 소리가 났어.

새벽 어스름에 나가 밤이 되도록 보리, 콩 , 깨 키우는 일을
나 키우는 일 보다 더 좋아하는 줄 알았어.
내가 아픈 것보다 쓰러진 참깨를 걱정한다고
나는 보리나 콩이 되고 싶었어.
될 수만 있다면

막 심장을 돌고나온 따뜻한 피가 아이의 손끝으로 흘러가고 있어.
나의 피도 아이 손을 따뜻하게 하고 있겠지.

내 목소리가 어머니 목소리만큼 커졌을 때,
내가 받은 상처만큼 돌려주었지.
“어머니가 내게 해준 게 뭐 있어?”
나의 주먹은 내 가슴도 후려쳤지.

“망할 놈의 새끼”
나는 정말 ‘망할 놈의 새끼’였어.
보리만도 콩만도 못한

아이와 잡은 손에 힘을 꼭 주니,
아이가 나를 보고 빙긋 웃네.

나도 욕 잘하는 어머니가 되었어.
욕하는 마음도, 욕 듣는 딸 마음도 아는 어머니

포플러 잎사귀가 햇빛에 반짝여.
내 딸, 당신 외손녀 얼굴도 햇빛에 반짝여.

어머니, 내 손 잡아 줄래요?
사실은
그 운동회 날 어머니는 파랑새처럼 예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