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0

마라도에서


BY ooyyssa 2003-01-17

마라도에서

나 이제 삶의 무거운 짐
펑퍼짐한 엉덩이
마라도 작은 초원 위에 내려 놓는다.
코 끝을 스치는 건 땀냄샌지,풀냄샌지,혹은 바다 냄샌지.....

휴-하고 한숨 쉬고 고개드니
어느새 피곤한 얼굴의 아줌마가 되어 있는 나.
언제 여기까지 흘러 왔을까.

심고 가꾸지 않아도 튼튼히 손 잡고,손 잡고 뻗어가는 마라도의
잔디들
저 건너에 두고 온 우리 집 꼬마들 같다.
아침부터 밤까지 뛰놀아도 지칠 줄 모르는
"엄마"하고 날마다 내 삶을 깨우는 아이들.

섬을 지켜내는 건 단단한 바위
아이들을 지켜 내는 건
나, 어머니.
사람들은 더 넓은 땅으로 나가고 빈 집만 늘어가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말없이 서 있는 어머니같은 땅.

어릴 적 꿈이 사라진 빈 자리에
이 초록의 작은 섬 옮겨 놓고
가슴에 꼬옥 품고 살아 가야지.
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섬이 되고 싶다.